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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Nov 09. 2022

프롤로그


빵 좋아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독한 빵순이입니다. 6년 다닌 직장을 때려치우고 가장하고 싶었던 일은 실컷 잠을 자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닌 바로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는 이었어요. 왜 하필 빵이냐고요? 제가 먹고 싶어서요. 네. 제목에서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먹으려고 자격증까지 땄습니다. 좋아하는 거 제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많이 먹고 싶어서요. 단순하지만 확실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 제가 빵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밥을 한솥을 먹고 돌아서서 또 간식을 주어먹던 식욕이 대폭발 하던 시절 말이에요. 하교하면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하필 바로 옆에 시골 동네 빵집이 하나 있었어요. 요즘 흔하게 보이는 프랜차이즈 빵집 말고 투박한 동네 빵집 말이에요. 매일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냄새를 맡았지만 그날은 유독 정류장까지 흘러나온 고소한 빵 냄새에 정신이 팔려 가진 용돈을 다 털어서 갓 나온 식빵 한 줄과 생크림 하나를 샀습니다. 처음에는 집에 가서 동생들과 나눠 먹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집에 도착 후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아차리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몰래 내 방에 가지고 들어와 1시간 동안 식빵 한 줄과 생크림을 다 먹어치웠습니다. 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반줄 짜리 말고요. 팔 길이만큼 긴 식빵 한 줄이요. 그때 저는 제가 빵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후로 빵집을 빈손으로 지나친 적이 없어요. 이십 대 후반까지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한가득 빵을 사서 하루 종일 먹은 적도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러냐고요? 슬프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어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예전처럼 많이 먹지는 못 합니다만 소화기능이 따라줬다면 지금까지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그쯤인 거 같아요. 언젠가는 저 통실통실하고 향긋하고 부드러운 빵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고 싶다고 말이에요.      


그동안은 먹고살기 바빠서 다른 취미나 자격증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13년이나 같은 일을 하고 나서 내 일에 진절머리가 났을 때 또다시 빵 생각이 났습니다. 언젠가 배워보고 싶었던 맛있는 빵 말이에요. 그래서 퇴사 후 2주 뒤 제과제빵사 필기시험에 접수했습니다. 참고로 성격이 급합니다.       


그렇게 호기롭게 도전한 첫 번째 필기시험에서 제과는 한 번에 합격했고 제빵은 불합격을 받았습니다. 억울하고 아쉬운 마음에 2주 뒤 다시 재시험을 보고 합격을 했고 홀린 듯 제과제빵 실기학원까지 등록했습니다. 3개월 동안 실기수업을 재미있게 들었고 두려운 마음에 도전한 실기시험은 다행히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집에서 홈베이킹을 수없이 해봤고 주방 한편에 제과제빵 도구가 한가득 쌓였어요. 얄팍하지만 확실한 저의 노하우를 이 세상의 빵순이 빵돌이와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빵을 만들 때 행복한 이유는 향긋한 빵 냄새가 좋아서 혹은 빵을 가득 먹고 싶어서도 있지만 빵을 만들 때만큼은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어떤 색과 어떤 모양의 빵이 나올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따뜻한 오븐을 여는 게 제일 행복합니다.   

   

저의 빵 만드는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시험 종목을 하나하나 다룰 예정이고요. 저의 팁 혹은 학원에서 전수받은 팁도 공유할게요. 아! 일 년 동안 해온 홈베이킹 솜씨도 살짝 보여드릴게요. 아마 이 글을 읽으면 빵을 만들거나 빵을 사 먹으러 가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의 각오가 되셨다면 스크롤을 내리셔도 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비록 지금 제가 하는 주업이 빵 만드는 일이 아니지만 생각날 때마다 빵을 반죽하고 발효를 시키고 오븐을 예열하며 힐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자신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 작은 빵집을 내는 게 꿈이기도 합니다. 벌써부터 고소한 빵 냄새가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빵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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