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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 Apr 28. 2024

K-beuty와 성형외과 그리고 한국인

신사역/가로수길 | 걸으며 생각한 것들



올 3월부터 신사역 부근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신사역을 걷고 있자면 명동, 강남에서만큼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게 된다. 서울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나, 신사역에 외국인이 많은 까닭은 다른 곳과는 차이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선 신사역은 단위면적 당 성형외과 숫자가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한 건물에도 대여섯 개의 성형외과, 피부과, 미용의원이 있으니,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봐도 놀라울 정도로 많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K-pop의 인기와 함께 K-beuty가 다시 순풍을 타면서 한국의 값싸고 높은 성형외과 기술력의 수혜를 보려는 의료 관광객들이 이곳 서울, 신사역으로 몰려오고 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이곳 관경객들은 얼굴에 밴드를 붙이고, 붕대를 감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말하자면 신사역은 미용성형 종주국의 성지순례지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성형 강국이며 의료관광을 위해 해외에서도 찾아온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요새 놀라는 것은 60대 이상 시니어들의 미용성형에 대한 관심이다. 전략적으로 시니어들을 타겟팅 하는 병원이 일찍부터 성행하고 있고 시술 항목도 다양하다. 항목을 살펴보면 각종 리프팅, 지방재배치 수술 등 대부분 안티에이징, 동안에 관련된 것들로, 100세 시대라고는 하나 이토록 어려 보이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현상이 놀랍다.


어쩌면 어려 보이고자 하는 것은 인종과 국적을 막론한 인간의 본능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두드러짐은 분명하다. 어려 보인다는 것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사회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슬프게도 우리나라가 자살 1위 국가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고 있다. 높은 자살률의 이유에는 전통적인 가족시스템의 붕괴, 타인의 눈치를 보고 비교하는 문화 등이 꼽힌다. 하지만 최근 재미교포의 자살률이 미국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한국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이민 1세대~1.5세대에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한다(https://news.koreadaily.com/2024/02/14/society/generalsociety/20240214202725276.html2024.02, 중앙일보 기사).


만약 정말 타인의 눈치를 보고 체면을 지켜야 하는 우리 문화가 그 이유라면, 같은 맥락에서 한국인의 어려 보이고자 하는 욕구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래 친구보다 주름이 더 보이고, 피부가 처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면...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과도하게 타인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우리를 불행하게 했지만, 또 독보적인 미용성형 기술력을 발전시켰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필경 지금의 우리나라를 발전시켜 온 원동력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의 우선순위는 미용성형 종주국의 국민이 되는 것보다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오늘은 스스로 타인과 덜 비교하는 삶을 살고자 다짐해 본다.




[신사역 벚꽃길, 가로수길]

https://www.google.com/maps/d/edit?mid=1jTlfa9j2HIeP2-EXI2hjTh6vtWmjubo&usp=sharing


나는 주로 지하철역 출구에서부터 도보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찾으려고 하고, 비교적 사람들이 잘 모를만한 곳을 추천하려고 한다. 하지만 신사역 산책로를 소개하며 가로수길을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신사역 벚꽃길을 소개하며 살며시 가로수길도 포함해 본다.


1) 신사역 벚꽃길


신사역 5번 출구 방향에서 주유소를 지나 서쪽으로 가자면 내리막길이 펼쳐진다. 신사역은 어느 방향으로 가도 성형외과, 피부과가 즐비하지만 이쪽 길만은 음식점이 더 많다고 느껴진다. 주변에 '영동설렁탕'과 같은 전통의 맛집이 있고 맞은편 블록에는 아구찜골목, 간장게장골목이 있으니 꼭 방문해 보시라. 좀 더 내려가다가 경부고속도로 고가도로를 마주치기 전 우회전하면 좀 더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의 삼화빌라


낮은 키의 빌라, 인적 드문 골목이 나타나고 좌측으로는 고가도로 우측으로는 가로수가 줄을 선다.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꽤나 만발하여 충분히 봄을 즐길 수 있는 정도이다. 길이가 길지 않아 아쉽지만 근처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분들에게는 석촌호수나 여의도까지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아름답다. 벚꽃이 지고 나서도 조용한 산책로로써의 만족감은 크게 다르지 않아 평상시에도 산책하기에 훌륭하다.

일 년에 딱 일주일 볼 수 있는 벚꽃길
벚꽃이 없어도 녹음이 훌륭한 산책로
경부고속도로 고가도로 아래로 잠원역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벚꽃길을 지나다 보면 좌측으로 잠원역 방향으로 향하는 지하통로가 나오는데, 이 통로를 지나가면 명주공원이라는 또 다른 한적한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고가도로 옆으로 있는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걸으면 다시 신사역 방향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짧은 벚꽃길을 뒤로 하고 우측으로 돌면, 리버사이드호텔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나온다. 오르막길로 나와 큰길에 다다르면 총 10~15분 정도의 산책 코스가 되며, 우측으로 다시 신사역 방향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고 좌측 한강 방향으로 좀 더 걸을 수도 있다. 생각해 보니 리버사이드호텔 투숙객이라면 아침에 간단히 산책하기로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2) 가로수길


이미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가로수길을 길게 소개하기엔 민망하고 내 능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산책로로써 좋은 이유만 몇 가지 설명하자면 우선 예전만큼 사람이 많지 않다(특히 평일에는). 두 번째는 애플스토어, 각종 브랜드매장, 서점, 잡화점 등 구경거리가 충분하다. 더하여 외국인 여행객을 비롯한 행인들의 다채로운 패션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세로수길 구석구석 발길 닿는 대로 가도 특색 있는 카페와 먹거리가 풍성하여 볼수록 새로운 느낌이다. 


조용하고 구경거리도 많다면 그 자체로 나에게 완벽한 산책로이다.

가로수길 입구(신사역 방향)
한적한 평일 오후의 가로수길




2024.04 

© Quasar


|| 걸으며 생각한 것들 || 걷기와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걸으면 생각이 차오르고, 달리면 생각이 비워지는 일들을 경험합니다. 걸으며 생각한 것들, 그리고 산책로를 소개합니다. 직접 걸어본 곳만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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