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 눈 떠 초밥아, 눈 감으면 무서워 깜깜해

울지만 않아도 살겠다

by 별집


지난밤은 어쩐 일인지 초밥이가 크게 울지 않았다. 여전히 잠은 새벽 4시가 다되어서 잤지만 소리 지르며 울지 않으니 한결 나았다. 숨이 쉬어진다.


조그만 아기가 얼굴이 벌겋게 되며 온 힘을 다해 짜내는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초조해진다. 한 달 가까이 매일매일 듣고 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했다. 아기의 울음은 어른의 울음과 다르다고, 아기의 언어적 표현이라는 글을 보고 적용해보려 했지만 잘 안된다. 울음이라는 언어를 격한 감정이 감싸고 있지 않나.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의연하게 대처하며 아기의 요구를 파악하는 게, 내게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버리기 일쑤다.


낮에는 초밥이가 이모님 품에서 한참을 놀았다. 눈을 꼭 감고 응앙응앙 울려고 시동 거는 초밥이에게 이모님은 '눈 떠, 눈 떠야지, 눈 감으면 무서워 깜깜해.'라고 말씀하셨다. 신기하게도 초밥이는 이모님의 그 말을 듣더니 울려던 걸 멈추고 눈을 꿈뻑꿈뻑 뜨며 이모님을 빤히 바라봤다. '거봐 눈 떠야지. 눈 떠야 햇빛도 보고하지. 눈 뜨고 오늘 밤도 울지 말고 엄마랑 잘 놀아, 알았지?'


이모님의 다정한 말투에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눈을 꼭 감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아기에게 '울지 마' 대신 '눈 떠'라고 말씀하셨다. 눈을 뜨면 엄마가 앞에 있다고 알려주신 거다. 엄마가 보고 있다고, 다정한 눈 맞춤과 함께 아기를 달래주셨다.


어둠 속에서는 늘 빛이 필요하다. 어둠 속에서 눈을 뜨면 빛이 있다는 걸, 엄마의 따뜻한 시선이 있다는 걸, 초밥이는 오늘 배웠을 거다. 감사해요 이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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