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aily Grunn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백스프 Jul 18. 2017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서 노동청에 간 적이 있다.

2014년에 첫 취업을 했다. 이게 취업이 맞는지 모르겠다. 당시 나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나에게 큰 해를 가할 것 같았다. 정신적으로 아주 크게 위축되었다. 면접 당시 느꼈던 회사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이상했다. 이상한 걸 알았지만 그거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회사는 내 첫출근 날부터 내가 얼마를 받을 지 제시하지 않았고 나는 그냥 무작정 일을 했다. 물론 박봉일 건 예상했다.


한달 정도가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월급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얼마 받는지 알고 싶다고 했더니 팀장은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이후 사장은 팀장을 부른 뒤 나를 불렀다. 사장은 그렇게 말했다.


"이건 나의 실책이다. 미안하다. 미리 이야기했었어야 했다. 팀장과 잘 이야기가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부분은 팀장에게 따로 지적했다. 하지만 너는 사회 초년생이고 수습기간이니 월 100만원을 주겠다. 3개월이 지나면 그때 다시 연봉협상을 하자."


물론 그 말을 믿지는 않았다. 당시엔 월급보다도 내 멘탈이 더 급했다.


회사는 3개월 뒤에 폐업했다. 많이 허탈했다. 겨우 끈을 잡고 있었는데 끈이 잘라진 것 같았다. 나는 거기서 개처럼 일했었다. 아침에 여덟시에서 아홉시 사이에 출근을 했고 퇴근은 아홉시 이전에 해본적이 없었다. 퇴근 후에는 업무외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술자리에 자주 불려다녔고 영업아닌 영업자리에 끌려나갔다. 회사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주말 노동을 당연시했다. 한달에 하루 정도 쉬어본 것 같았다.


내가 개처럼 일했던 덕택인지 사장은 폐업을 선언한 뒤에도 나와 같이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오만 정이 떨어진 상태였다. 나는 '연봉 3천을 주지 않으면 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사장은 줄 수 없다고 했다. 자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매주 내 월급보다 많이 나가는 '유흥업소 접대비'를 알고 있었다. 접대 상대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었지만 나갈 때마다 내 월급 이상의 돈이 하루에 사라진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절반은 '홧김'으로 이 사장을 노동청에 고발했다.


내가 고발한 항목은 최저임금 미준수 및 계약서 미작성이었다. 계산을 얼추 해보았다. 9시부터 10시까지만 일한 걸로 했다. 하루에 열두시간 근무에 그중 네시간은 초과근무였다. 당시 최저임금이었던 5,210원에 8을 곱한 뒤 5,210원에 50%를 할증한 금액에 4를 곱해서 나온 하루 일당은 약 7만 3천원. 이건 주중 분이었고 주말 분은 저기서 나온 금액에 또 50%를 할증해야 했다. 그래서 대략 계산했던 금액은 내 기준으로 230만원 정도였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물론 나는 그때 주휴수당 같은 게 있는지 잘 몰랐다. 한 때 서울 세관 앞에서 밤을 지새며 알바노조와 함께 최저임금 1만원 쟁취투쟁을 같이 했던 입장인데도 말이다.


석달 분의 보상금액으로 300만원을 청구했다. 월 100만원 씩이다. 근로감독관은 내가 초과근무한 부분을 내가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잠깐 걱정이 되었지만 이부분은 우습게 해결되었다. 화가 난 사장은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면서 역정을 내다가 내가 그만큼 초과근무를 했다는 사실을 다 털어놨다. 근로감독관은 다시 한번 '이 사람이 그만큼 일한게 맞습니까?'라고 물었고 사장은 '아니 맞긴 맞는데, 다 지가 열심히 한다고...'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혼자 가지 않았다. 허탈해 하는 직원 몇을 선동했고 그 중 한명은 나와 같이 신고했다. 나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내가 오기 몇달 전 그 분은 임금 체불까지 당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분은 예전에 '수습'이 지났지만 급여는 나와 같았다. 내가 오기 전에는 나보다 더 적게 받았다고 했다. 나는 내 미지급 임금을 30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그 분에겐 체불임금분까지 포함해 800만원 정도를 계산하라고 말해줬다.


근로감독관은 그럼에도 초과근무시간이 정확히 계산되어야 정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수습 기간에는 최저임금의 90%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내가 청구한 금액을 받기는 힘들거라는 이야기를 돌려서 한 거다. 그리고는 합의를 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사장에게 의향이 있냐고 물었고 사장은 그렇다고 했다. 여기서 사장은 또 한번 웃기는 짓을 했다. '남성'이며 '지랄하고 있는' 나에게는 100만원을 더 준다고 했고(월당 100이 아닌 총 100이다) 같이 와서 조용히 있던 그 여성 분에겐 50을 더 준다고 했다. 나는 어차피 다 받아내긴 힘들고 적당히 타협을 보아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럴 순 없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잠깐 자리를 비워달라고 했다.


"XX씨 어떻게 할 거에요? 저는 XX씨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자라다 생각이 들면 더 싸워야 할 것 같아요."


XX씨는 "저는 돈을 받을 생각도 못했고, 조금이라도 받으면 감사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집 반대편, 서울 서쪽 끝에 있는 노동청까지 출석하며 그 인간 얼굴보는 것도 스트레스 였다. 사장에게 다시 이야기했다.


"저는 150, XX씨는 300주세요. 체불임금도 있어요."


결과는 둘 다 150씩 받고 끝냈다. 그 돈을 받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사실 합리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다면 노동청에 신고도 하지 않고 끝냈을 거다. 나는 처음부터 확실히 요구하지 못했던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회사에 처음 일하기 시작할 때부터, 여기서 한번 더 넘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우습긴 하다. 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제법 똑똑한 체를 하고 다니는 나였다. 사법시험을 준비한 시간도 있어서 제반 지식도 평균보다는 더 많이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그모양이었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나중에 노동청에 신고할 때도 크게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물론 나름의 준비를 한다고 했던 게 그모양이다. 그때의 경험에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만화가 <비정규직 노동자 루돌푸의 최후> http://www.ziksir.com/ziksir/view/2775 다.



요새 최저임금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떠오른다. 나도 이야기를 몇개 덧댔다. 그런데 그거 말고, 어떤 사람에겐 법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함부로 요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있다는 이야길 하고 싶다. 그게 무지해서든, 무력해서든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나 그런 상황은 점점 더 늘어날 거다. 지금 나오는 논의들,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법 밖에서 웅크려 앉아, 그게 '사회의 냉혹한 현실'이라고 체념하며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백스프 소속허프포스트코리아 직업기자
구독자 2,634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에 두 번 선이와 투닥거린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