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오후의 단상
옷깃에 스민 여린 빗물 한 자락.
개인 하늘에 머물다 간 구름 한 자락.
잎사귀 끝에 스친 바람 한 자락.
모두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닌데,
그 무엇이 되지 않은들 어떠리.
모두 내 것이 아닌 듯, 내 것이 되었는데,
그 무엇이 되지 않은들 어떠리.
모두 내 것이 아닌 듯, 내 것이 되었는데,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저 하늘 아래,
봉오리를 펴고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났으니.
그 무엇이 되지않아도,
그 무엇이 되지않은들,
하늘 아래, 부족함이 없으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