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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momo Oct 16. 2024

현수와 동규

현수가 마성리 아이일 거라 생각은 못했다. 미선의 눈으로 확인했던 마성리의 풍경과 현수의 거친 눈빛이 겹쳤다. 아, 어쨌거나 현수는 어디로 간 걸까. 신경이 쓰였다.      

“동규야, 혹시 현수가 동네 형들이랑 어울리는 곳을 알고 있어?”

“어... 아, 맞다. 우리 동네 분리수거하는 데 있거든요. 거기 옆 공터에 있는 거 몇 번 봤어요.”

“선생님이랑 지금 같이 가볼래? 잠시만.”     

시계를 보니 퇴근 시간까지 한 시간 남아 있었다. 조퇴를 신청하고 결재를 올리려고 보니 하필이면 결재자가 부재중이라 떴다.     

‘에잇 모르겠다. 일단 나가자.’

미선은 현수를 빨리 만나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컴퓨터 전원을 종료하고 일어난 미선은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동규를 앞장 세웠다. 동규는 뭐가 좋은지 뛰어오르듯 일어났다.      


동규네 마을은 자동차로 얼마지 않아 도착했다. 멀찍이서 시내버스 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작은 편의점이 보였다. 

“저기 옆에 있는 공터를 말하는 거야?”

그때, 편의점에서 낯익은 얼굴이 걸어 나왔다. 현수였다. 현수는 교실에서 보는 모습과 달리 불안해 보이는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며 공터 쪽으로 향했다. 

“어! 현수다! 저기 현수 있는데요, 샘. ”

동규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현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잠깐만. 차를 어디 세우지?”

아직 운전 초보인 미선에게 주차는 항상 쩔쩔매는 과제였지만 도로가에 세워놓은 차들이 있는 걸로 봐서는 단속이 심한 것 같지 않았다. 

“저기 까만 차 뒤에 세워야 되겠다. 넌 여기 있을래? 아님 같이 갈래?”

동규를 괜한 일에 얽히게 하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었다. 혼자 공터에 가는 것도 불안했다.

“같이 갈게요.”

동규의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다. 동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미선보다 앞서 움직였다. 잡히지 않는 나비를 좇아가는 것처럼 미선은 동규를 뒤따라갔다. 

“선생님, 여기요. 여기!”

동규가 공터 입구에서 소리를 치며 다급하게 손짓했다. 미선은 구두를 신은 채 뛰었다. 공터 구석에서 바지를 털며 일어나는 현수가 보였다. 

“선생님, 같이 있던 형들이 도망쳤어요.”

미선이 다가오자 동규가 안심이 된 듯 말했다. 현수의 얼굴을 살폈다. 

“너, 괜찮은 거니?”

현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아, 이 놈아를 압니꺼? 내가 안 그래도 한 번만 걸리면 혼쭐을 내 줄려고 했는데, 오늘은 눈치를 챘는지 그냥 나가더라고예. 이 패거리들이,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이상하게 물건이 비더만 내 얼마 전에 CCTV 돌려보다 알았어예. 맞제, 니! 그놈아들이랑 한 패 맞제? 느 같은 아들은 경찰서에 함 가야 정신을 차린다.”

편의점 주인아저씨는 소매를 걷고 현수를 밀어붙였다. 미선은 안절부절못한 채 아저씨 곁에서 맴돌다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제가 무지개 초등학교 교사인데, 제가 이 아이하고 잘 이야기해 볼게요. 죄송합니다. 저도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서, 이야기해 보고 다시 오면 안 되겠습니까?” 

다행히 주인아저씨가 한 걸음 물러섰다. 

“선생님이 부탁해서 내가 좀 참는 거요. 니 선생님한테 고마워해야 할끼다. 요새 아들은 선생이고 어른이고 뭐 없어서 참 큰일이라.”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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