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형인이지만, 친해지고 싶은 나
우리 회사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외국인이 온다. 한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여하는데, 나는 그 프로젝트를 맡지 않아 오며 가며 인사만 한다. 처음에 외국인이 온다길래 어느 정도 대화를 하지 않을까 하며 긴장했다. 영어 회화 실력이 조금 늘지 몰라하고 은근히 기대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함께하지 않으니 정작 말할 기회가 없었다. 어느 날 그녀의 퇴근길에 만났는데, “Bye”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그녀는 나에게 “Hello”라고 했다. 오늘 처음 만난 사실이 떠올라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그녀는 나를 지나쳐 우리 팀이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걸음을 옮기더니 사무실을 쓰윽 둘러보았다.
평소 우리 사무실까지 올 일이 없었는데 내심 어떤 공간인지 궁금했나 보다. 외국인도 호기심을 못 참는 건 같나 보다. 궁금증을 풀렸는지 회사 밖을 나서며 신나게 “Happy Happy”라고 노래를 불렀다. 지난번에도 퇴근길에 노래를 부르며 가는 걸 보았는데, 퇴근할 때마다 해피송을 부르는 게 그녀의 습관인가 보다. 행복하다고 되뇌면 정말 행복해질까. 오늘 퇴근길에 나도 그녀처럼 해피해피를 외쳐봐야겠다. 나에겐 그녀에게서 나오는 리듬감은 없지만, 흥이라면 뒤지지 않을 자신 있다. 누구보다 신나게 해피해피송을 불러야지.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난다. 나는 그녀가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래서 그녀를 소개받을 때 “Hello”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그녀는 “안녕하세요”라고 아주 또박또박 말했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과 정확한 발음에 놀랐다. 상큼하게 인사를 건넨 그녀는 첫 미팅이 잘 되었는지 회의실에서 나올 때도 노래를 불렀다. 해피송은 아니었는데, 무언가를 잘 끝낼 때마다 노래를 부르나 보다. 기회가 되면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녀에게 이런 내 마음을 전하기엔 부끄럽지만 나는 그녀에게 아주 아주 호감을 가지고 있다. 내 첫 외국인 동료라는 것도 퍽 좋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은 많지만, 나는 외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영어를 못해서일까. 내 곁에는 한국인만 있다. 내 고향 마산에는 요즘에는 다르겠지만,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외국인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러 올라갔을 때 거리에 수많은 외국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의 첫 자취는 홍대와 신촌 중간쯤에서 시작했다. 아마도 어학원이 있어 더 많은 외국인을 만날 수 있었던 같은데, 그때는 그저 신기했다. 혹시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는 않을까 땅만 쳐다보고 걸었다. 땅만 보고 걸으면서도 ‘영어를 꼭 배워서 나중에 외국인이랑 친구 해야지’하는 앙큼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도 나는 영어를 못한다.
매년 영어 공부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중에 한 명이다. 새해면 사둔 영어책이 몇 장을 넘기지 못하게 책장에 꽂혀 있는데, 올해는 나는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새로운 어학 서비스에 가입했다. 이러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모든 어학 앱에 가입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