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보다 싫은 것에 마음을 쓰는 나
여름휴가 겸 펜션에 놀러 갔다. 인근에 산이 있어서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았다. 그리고 벌레도 많았다. 밖을 오갈 때마다 문을 잽싸게 닫아도 우리보다 빠른 날개 달린 벌레, 곤충들이 어느 틈엔가 안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저녁을 먹을 때즈음 보니 하얀 벽에 한두 마리가 붙어있는 게 보였다. 벌레라고 생각했으면 잡았을 텐데 아무래도 생김새가 벌레가 아니라 곤충 같아 보였다. (물론, 나는 둘의 차이점을 알지 못한다.) ‘잡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그 아이만 무사히 내보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같이 간 일행 중 한 명이 그 벌레를 한참 보더니 “아무래도 얘는 벌레가 아닌 것 같다”며, “이름은 몰라도 곤충 같아 보이는데, 곤충이면 살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며 사람들을 벽으로 불러 모았다. 아쉽게도 그 자리에 곤충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었기에 곤충인지 벌레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휴지로 그 아이를 살짝 잡아서 밖으로 날려 보냈다. 가까이서 본 일행도 “어떤 곤충인지 모르겠다”라고 했지만, “확실히 벌레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그렇게 한참 곤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곳은 경치도 좋고, 시설도 좋고, 다 좋았지만, 벌레가 많아서 아마 ‘다시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흔들 그네에 앉아서 맞는 바람도, 그날의 공기도 좋았지만, 난 벌레든 곤충이든 무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