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민 Oct 26. 2024

빠른 걸음으로 걷는 길

출근 전 커피숍에 들른다. 매번 가는 곳 두 군데가 있다. 두 곳을 번갈아 가면서 가는데 실은 늦으면 찾는 곳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회사에서 더 가까워서 빠른 속도로 걷다가 시간이 나면 들르자는 속셈이다. 늘 허겁지겁 오는 나를 커피숍 사장님은 여유롭게 반긴다. 사장님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리는 모습은 군더더기가 없다. 매끈하고 우아한 발레의 한 동작 같달까. 그 모습을 넋 넣고 보고 있으면 귓가에 아름다운 노래가 들리는 것 같다. 이어폰에선 아이돌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커피가 다 내려지면 사장님은  “자, 이제 다시 너의 일터로 달려가”라고 하는 듯한 미소와 함께 커피를 건넨다. 커피를 받아 들고선 다시 걸음을 재촉하며 걷는다.


휴일이 끝난 월요일은 출근이 힘들다. 푹 쉬어도 힘들고 그렇지 않은 날도 힘들다. 겨우 몸은 일으켰지만, 오늘도 어쩐지 늦어 버렸다.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첫 번째 커피숍을 지나쳐 뛰듯이 회사에서 가까운 커피숍으로 향한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변수를 맞이한다. 사장님 대신 아르바이트하는 분이 주문을 받으신다. 어쩐지 한참이 걸린다. 이미 커피를 여러 잔 만들고 계신 사장님의 분주한 손이 보인다. 불안한 마음에 “금방 되나요?”라고 묻는 나를 안에 계신 사장님이 흘깃 보시더니 ‘그럼 그럼’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신다. 사장님의 손놀림은 믿을 만 하기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르바이트하시는 분이 내 텀블러 들고 우왕좌왕하신다. 그러더니 결심이 섰는지 얼음을 붓고 물을 채우신다. 한 번 두 번 와르르 얼음과 함께 물이 버려진다. 그걸 본 내 얼굴은 구겨지고 시간을 확인한다. 사장님은 아르바이트하시는 분을 한 번, 내 얼굴을 한 번 보시더니 내 텀블러를 받아 들고는 다시 얼음을 채우고 물을 붓고 커피를 따른다. 드디어 내 커피가 다 완성됐다. 커피를 건네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에도 나는 휙하니 돌아서 버렸다.


걸으면서 드는 생각 “난 왜 심통이 났지?” 커피를 처음 내리면 당연히 서투를 수도 있는데 난 왜 눈살을 찌푸렸을까 그건 내 마음이 조급해서다. 늦은 주제에 커피까지 챙겨 마시려고 하니 시간에 쫓기고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자 짜증이 난 것이다. 그러니 이건 내 잘못인데 열심히 내 커피를 내려주신 사장님의 인사도 받지 않은 채 팽하고 돌아선 조금 전의 내가 못마땅했다. 여유롭지 않은 마음에 찝찝함과 미안한이 얹어졌다. 불편하다. 이미 많은 길을 지나왔다. 이제 와서 “인사받지 않고 가버려서 죄송해요. 시간에 쫓겨 마음이 급했어요”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빨리 가자”라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그러는 사이 나는 책상 앞에 앉았고 사장님이 내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내일부터 10분 일찍 집을 나서야지’하고 생각한다. 내일 아침의 나는 조금 더 부지런해지길 바라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