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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민 Oct 26. 2024

벚꽃비 맞으며 걷는 길

내가 다녔던 대학은 봄이면 벚꽃이 아주 멋들어지게 폈다. 하필 벚꽃이 만개한 때는 중간고사 기간이라 흩날리는 벚꽃비를 맞으며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사회과학부였던 나는 시험이 비교적 일찍 끝났는데 공대였던 친구의 시험 기간은 길고  길었다.


함께 만나 학식을 먹으러 가는  흐드러지게  벚꽃잎과 목련나무 사이를 거닐었다. 사진을 찍는 우리와 달리  친구는 연신 코를 훌쩍였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이 되면 비염이  심해지는 친구였다. 코를 훌쩍이는 친구를 데리고 우리는 캠퍼스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훌쩍이면서도 웃는 얼굴로 함께 교정을 거닐었다. 그러자 봄이 찾아온 것처럼 마음이 밝아졌다.


그때가 대학 생활 중 가장 밝게 빛나던 때가 아니었을까. 대학 때 나는 알 수 없는 불안에 떨었고 곧잘 우울했으며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해보지 못한 채로 시간을 흘러 보냈다. 그런 나를 그 친구는 그저 말없이 지켜봤다. 그게 너무 고맙고 또 좋았다. 종종 만났지만 깊이 마음을 나누지는 못했다. 어느샌가 친구는 학교에 띄엄띄엄 나오더니 휴학을 해버렸다. 그럼에도 우린 졸업 후에도 간간이 만났다.


나는 졸업하고서 서울로 왔고,  친구는 휴학을  탓에 학교를  다녀야 했다. 엄마아빠를   본가에 들렀는데 친구가 수술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수술이라는 단어가 아주 무겁게 느껴지던 때다. 매번 코를 훌쩍이던 친구는 개강을 앞두고 비염수술을 받기로 했다. 얼떨결에 함께 동행했는데 보호자는커녕 간병을  번도 해본  없던 터라  해야 할지를 몰랐다.


어리둥절하는 사이 친구는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왔고 마취가   횡설수설했다.  와중에 입을 뻐끔거리는 모양이 금붕어 같다는 생각을 하며 친구를 내려다보았다. 멀뚱하게 친구를 보고 있자니 간호사가 “보호자  환자분 자지 않게  걸어주시고요. 아직은 물도 마시면  돼요하고 주의 사항을 일러주곤 병실을 나갔다. 문제는 친구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마시고 싶다는 거였다. 간호사 분한테 다시 물어보니 가글을 하시되 물은 드시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는 자꾸만 입이 마르다고 했고 나는 친구의 가글물을 건네주는  말고는 달리   있는  없었다. 우리는 병실에 덩그러니 앉아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번갈아 시계를 보며 “얼마 후에 물을 마실  있어따위의 말을 주고받으면서. 시간은 지나기 마련이고 드디어 친구는 물을 마셨다.   통쯤이야 단숨에 들이켤  알았는데  모금  마시지 않았다. 친구 대신 남은 물을 꼴깍꼴깍 삼키며 함께 시원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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