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가을을 잔뜩 머금은 고구마가 왔다 매년 청주의깊은 산자락에서 보내주는 순박한 부부의 마음이 온 것이다작은 양도 아니고커다랗게 두 박스나 보내왔다 이제는 오랜 세월 받아먹기가 미안해서 보내주지 않았으면 하는데 여전히 수고로움을 계속하고 있다 가만히 있기 뭣해서 그 부부가 입을 셔츠를 사서 보내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서로에게 하고 우리 부부를 위해서 기도를 한다는 깊은 마음까지 전해준다고구마를 보내주는 부부와의 인연은아파트를 거래하면서 시작이 되었다 예전에 우리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그 부부에게 집을 팔았다그때에우리는 살던 집을비우고 새로운 곳으로이사를했고며칠비어있는 텀이 있어서여유 있게 집단장을 하고그 부부는우리가 살던 곳으로 이사를 했다집에 대한 모든 매매정보는 부동산에서 말끔하게 처리하고 계약서를 쓰고 이사 전에 잔금 정리가 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사 들어 올 부부에게 큰 금액은 이미 받았지만 나머지 작지도 크지도 않은 금액인 나머지 잔금은이사하고 일주일 후에주겠다고 사정사정을 했다 우린 쉽게 생각하고 그러라고 했다그런데단순하게 생각했던 일이 오랜 시간신경 쓰는 일이 되었고 쉽게 풀리질 않았다 그 부부는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었고, 곧 해결한다는 말을 그냥 믿었다 우리는 그 어떤 법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알고 보았더니 성당에다니는 잘 아는 분과 먼 친척쯤 되는 사람이었고,그 부부가 약속은 지킬 사람이라는 말을 전해 들은 상태여서 조금 기다리면 되겠지 싶었다무엇보다 순박하게 생긴 얼굴에서 그것도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사람에게서 보이는 눈물의약속을 그냥 믿었다 그런데 결국은 이도저도 아닌 푼돈으로 매달 지급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그 기간이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채무가 완료되었다
그 5년 속에는 눈물로 호소하는 약속 불이행이 수도 없이 들어 있었다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더내서 갚겠다는 말을 믿었지만 여의치 않았고, 적금을 몇 달 뒤에 탄다는 것도 이행을 하지 못했고,중간에 매달 푼돈으로 들어오던 돈이 몇 달 미뤄지는 일들이무수히 많았다 순간에 믿었던 판단으로 괜히 사서 마음 고생하는 일을 길게 자초했다고우리 부부는 후회하는 순간이 있었다 매번 그 부부의 말속에는진심으로 아주 낮은 자세로 눈물지으며 '죄송해요! 죄송합니다!'를 거듭 말했다 그 마법 같은 말 때문에매번우리는 '조금만 기다려보자'를 반복해던 것 같다 원래'돈 받을 땐 서서 받는다'는말을하듯이불편한 마음일 때 주일날성당에서 기도하면 왠지 모를 편안함이 밀려오는 것이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그부부에게만 있는 묘한 끌림 너무너무 착한 끌림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만나서 이야기하면 순박해도 너무 순박해서 도리어 부부의 얘기에 우리가동요되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 부부도 성당을 다니지만 신앙심이 깊고 신앙 안에서 깊숙이 몸소 실천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부부가 눈 빛이 너무 선해서 거짓말할 사람들은 아닌데...' 매번 그냥 '우리가 믿어보자'는 남편의 말에 함께 했지만, 그래도 뒤가 개운하지 않은 묵직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는잔잔하게 스트레스가 있었고 사실 마음이 불편했고 우리 부부에게 기도하게 했던 사람들이었다
부부는 작은 나이가 아니었고큰아들과 같이 살면서 그때에서울에서 아들이하던 사업이 기울었고,모든 가족이 동반 몰락하는 아주 복잡한 생활이 되었던 상황이었다 우리 말고도 채무관계가 위험했고 한참 내리막으로 치달았던위기였던 것이다 가장어려움이 극에달할 때가 우리와의 약속을 못 지켰을 때였다고 눈물짓던 사람들... 결국에는 아들의 사업이 망하고 모든 재산을 잃게 되었고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고향 시골에 가서 남의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고 사는 삶이 되어 버렸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반듯한 길을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삶은 그리 쉬운 길로 인도하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굽은 길 낭떠러지길 협소한길 때론 반듯한 길 또 여러 험한 길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우린 좋은 길을 만나기 위해서 죽을 만큼수많은 노력을 한다 모두가그것이 어렸을 때 좀 더 젊을 때 나를바로 알고, 바로서는 이립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배움의 기간이 지나고도 삶을 위해 계속공부해야 하고 혜안이 있어야 그나마 바른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인간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하는 고통을 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쉼 없이 공부해야 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지금은 끊임없이공부해도 살아내기 힘든 세상이라서 더더욱 정신을 바로 두어야 한다 그 부부가 기울어져 가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있었다 가족 중에서 한 사람의 무너짐이 집안 전체가 몰락하게 되는 상황들, 독하게 아주진하게인생의 소용돌이를 보면서 삶은 잘 준비해야 하고 잘 다독여서,살피고 가꾸어야지 그나마 살 수 있는 세상을우린 마주하고 있다
해마다 배달되는 고구마 때문에 매년 글쓰기의 소재가 되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시각으로부부의 이야기를 많이도 풀어냈다 글을 읽는 이들 모두가 감동을 하며 서로가 잘 견뎌 준 것에 대한 특별함을 칭찬했다 우려먹을 때로 우려먹은 곰국 같은 10년씩이나 얻어먹은 고구마 이야기였다이젠 그 부부도 연세가 많이 들었다 농사가 힘에 부칠뿐더러 더 이상 받아먹으면 안 되는 시기가 이미 넘었다 내년부터는 보내지 말라고 해야 하고, 그 고마운 마음이 이미 꽃이 되어 많이도 피워 올렸다 예전에 마음 졸이고 속상해했던 마음은이미 글이 되어 들꽃으로 덮고 남음이었다그동안 고마웠다고 그리고 고구마를 쪄서 살짝 말려서 냉동에 보관해 두고 간식으로 먹으면 꿀맛이었다고, 마음을 담아서 편지 한 장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