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아빠들의 삶이란_김창옥쇼)
어제 H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고로쇠나무가 나왔다.
김창옥쇼에서 “한국 아버지들은 고로쇠나무 같다. 평생 18리터를 짜낸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알아보니, 고로쇠나무 한 그루는 한 해에 평균 18리터쯤 수액을 낸다고 했다.
평생을 18리터씩 짜낼 터이니, 그 말이 맞는 셈이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 사실이 더 속상했다.
그 나무는 한 해 18리터를 내고 다시 힘을 회복하지만,
한국의 아버지들은 그보다 더한 삶을 평생토록 쥐어짜내야 하니까.
그 말을 듣자, 두 사람이 겹쳐졌다.
자신의 삶을 쥐어짜내듯 살아온 아빠.
그리고 지금도 몸과 마음을 짜내며 버티는 생이.
그들의 삶은 늘 무거웠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이름으로, 자기 자신을 깎아내려야만 했던 삶.
그 단물이 누군가의 건강을 살리듯, 쥐어짠 삶 또한 누군가의 생을 이어가게 했다.
그러나 나는 바라게 된다.
그 단물이 모두 흘러나오기 전에,
그들의 몸과 마음이 너무 마르지 않기를.
그 씁쓸한 무게가, 고로쇠의 단맛만큼은 남겨지기를.
산후조리원에서도 느꼈지만,
엄마와 아빠의 삶은 자식을 갖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다.
분명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생이는 젊은 아빠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여전히 젊은 아빠이지만, 동시에 전형적인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내 새끼의 아빠인데, 내 아버지의 향도 느껴지는, 그런 아저씨.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서슴치 않는 그 향이 느껴져서,
나는 밤마다 생이를 뒤에서 안아본다.
내 아버지의 향을 맡아보고 싶어서.
아빠들의 삶이란, 자식을 위해 끝내 모두 내어주는 것—
내 어린 시절, 입원해서 몇 번이고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았다.
소년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 주다,
자신의 그루터기까지 쉼터로 내어 주는 그런 나무 같은 삶을 산 우리 아버지.
세상의 아버지들은, 결국 그런 나무 같은 삶을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