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모여서 시간이 되다)
곤죠 왕자가 아파서, 지난 밤 9도 5부까지 열이 올랐다.
놀라서 새벽 세 시에 벌떡 일어나 약을 먹였고,
아침 열 시가 되었을 때,
어린이집도 마다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신경 쓸 게 많아서였는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러다 아이의 손목에 연결된 IV를 바라보며, 마음이 무너졌다.
한 방울, 한 방울.
저 떨어지는 수액이,
결국은 아이의 인내가 되고,
또 나의 인내가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환절기라 그런지, 병원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입원하는 환자도, 수액을 맞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곤죠 왕자의 체력이 떨어졌는지
쌕쌕거리며 잠든 모습이 더없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다들 손목에 연결된 IV에서 떨어지는 수액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묘한 느낌이 들었다.
보호자들은 저마다 달랐다.
같이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고,
옆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는 보호자였다.
아이가 체력이 붙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을 간질이기도 하고 뽀뽀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와 웃음을 나누며, 한 방울씩 떨어지는 수액을 바라봤다.
저 작은 방울들이 모여, 결국은 시간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옆의 아기는 열 때문에 축 처져 있다가도, 수액을 맞고 나서 조금씩 살아났다.
저 물방울이 생명의 물방울이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힘없이 늘어져 있다가도, 수액을 맞고 나면 일시적으로라도 좋아지는 모습을
나도 어린 곤죠 왕자였을 때 많이 보아왔다.
아마 옆 침대의 보호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둘째인 듯한 아기는 처음엔 멀뚱멀뚱 나를 보더니,
수액이 떨어진 지 20분쯤 지나자 스스로 앉아 방긋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며, 처음 본 아기의 모습은 아픔이 만든 그림자였구나 싶었다.
마음이 아리면서도, 생명의 한 방울이 아이를 이렇게 회복시키는구나 싶어
우리 아이도 얼른 기운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랐다.
기저귀를 갈고 난 옆 침대 아기는 이제 힘이 났는지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아빠에게 간식을 달라고 하고, 뒤늦게 도착한 엄마가 준비한 물도 열심히 마시고 있었다.
병실 가득, 다시 살아나는 기운이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 작은 회복의 순간들이, 한 방울의 인내 끝에 찾아오는 기적처럼 느껴졌다.
아이가 쌕쌕 소리를 내며 잠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입원했을 때의 포즈 그대로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 보았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손끝에서 흩어지고,
그 작은 숨결을 느끼며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수액.
그 한 방울들이 모여 시간이 되고,
결국 생명의 물방울이 되어 아이를 채웠다.
푹 잠들었던 아이는 열에 쌕쌕거리던 모습에서 벗어나
다시 평소의 곤죠 왕자로 돌아왔다.
“롯데리아 가서 치킨너겟 먹고 싶어.”
아이의 속삭임을 들으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수액은 단순한 약물이 아니라, 생명의 물방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시간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