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실제 존재하는 클럽은 아니구요, 그냥 제가 의미를 부여해 본 것뿐이긴 하지만 기쁘네요~.
지난 2022년 4월 19일에 첫 작가 승인 메일 받은 이후, 쉬는 날도 며칠 있었지만 평균적으로 하루 한편 이상 어떤 글이든 써 올렸네요. 애착이 가는 글도 있고, 부끄러운 글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가고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저는 무언가 꾸준히 잘하는 사람이 못 되고, 흥미를 잃으면 금방금방 그만두는, 끈기가 없다기보단 끊기를 잘하는 사람인데, 변변찮은 제 작품을 구독해 주신분들 및 이웃 동료 작가님들 덕분에 안 지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 호기롭게 100번째 글을 올리며, 미리 자축글을 쓴 탓에(100명 못 채우면 100-100-100 정의를 바꿔야겠다 하면서요) 브런치 100일 후기 쓸 재료가 똑 소진되긴 했지만, 그날 기분은 그날이고 오늘은 오늘대로 무척 기쁩니다.(정작 이래놓고 구독 취소하시면 어떡하나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요.^^;;;)
글을 짓고 그 글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고 생각을 활자로 나눈다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니지, 인간 중에서도 고차원적 교육을 받은 사람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잖아요. 그 특별한 의식에 제 이름도 살짝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오늘따라 무척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며칠 전에는 제 작품을 중심으로 감상을 적었는데, 오늘은 100 구독자를 달성한 날이니까, 이웃 작가님들을 중심으로 소감문을 적어볼까 합니다.
브런치는 글쓰기 전문 플랫폼이죠. 광고도 없고, 디자인도 깔끔 단정해서 딱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아요. 누구도 구독과 라이킷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브런치도 다음카카오 작품 아니랄까 봐 폐쇄형 SNS인 것을 가입하고 깨달아서, 초기엔 괜한 집착의 유혹을 뿌리치느라 힘들었답니다. ㅡ,.ㅡ; 뒤늦게 고백하지만 라이킷 하나에 댓글 하나에 실시간으로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니 업무시간 집중이 안 될 정도였어요. 지금은 스마트폰 알람은 꺼 버리고 특정 시간에 집중해서 라이킷과 댓글을 점검하는 관리 스킬이 좀 안정화된 것 같습니다.
브런치 작품 초기에는 정말 일기장 대용으로 글을 썼어요. 누가 읽어주면 좋고, 아니면 그냥 온라인 일기장으로 쓰다가 나중에 뭔가 수필집을 엮어도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아,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킷이 하나 둘 붙고, 댓글이 점점 늘어가고, 고정 구독 작가님들이 생기다 보니 독백형 일기장이 소통형 수필집처럼 변해감을 느꼈습니다. 형태야 뭐든 상관없지만, 어차피 브런치에 쓰는 글은 읽히라고 쓰는 거잖아요? 남의 일기 훔쳐보는 느낌의 글보다는 관심있는 독자를 겨냥한 말투가 훨씬 편해지는 법이지요.
홀홀단신 한국인이 매우 드문 나라에 살다 보니 때때로 한국살이가 그리워서 일상의 스케치 생활수필을 즐겨 찾아 읽는 편이에요. 묵직한 울림을 주는 남성 작가님도 많이 계시지만, 생기발랄한 여성작가님들의 일상생활사가 저는 그렇게 재밌더라구요. 여성작가님들 수필 글을 많이 읽고 비슷한 방식대로 주제를 찾아내서 창작하고 하다 보니 저도 그렇게 문체를 닮아가나 봅니다. 성별을 안 밝히면 가끔 여성작가인 줄 알았다는 분들이 계시기도 해요. 죄송합니다. 수염 숭숭 중년 남성입니다.
100일 100작품 동안 영향을 많이 주고받고 동고동락했던 작가님 몇 분만 소개드려볼까 합니다.
오늘 브런치 1호 구독자님! 그런데, 사실은 오프라인 가까운 지인분입니다. 제가 브런치에 입문하도록 지대한 영향을 주신 분이죠. 이 분 때문에 브런치가 뭔지 알게 되었거든요. 원래 생활수필 작가로도 필력이 대단하신 분인데 요즘엔 당뇨 완치 식이상담 쪽으로만 주캐를 확실하게 밀고 계신 분이셔요. N잡러 분이시라 글 쓸 시간이 없는 걸 가장 아쉬워하셔요.
저보다 한 달 여쯤 먼저 브런치 입문하신 성실한 직장인이자 미니멀리즘 프로 살림꾼 해울 작가님. 인공누액을 넣어가며, 홍삼 액기스를 먹어가며 1일 1글을 실천하시며 저를 엄청 자극하신 분.(본인은 자극한 적 없지만, 저만 자극받았습니다.) 어느 날 득도하시고 브런치에 쏟는 애정을 조금 조절하시긴 하시는데, 조만간 생활수필계에서 대박을 터뜨릴 분이라고 저는 일찌감찌 찜 해 둔 분이셔요.
역시 비슷하게 저보다 열흘쯤 뒤에 브런치에 입문하신 독서논술 선생님 겸 작가님. 둘 다 브런치 초보다 보니 맞죠 맞죠 그렇죠 주고받으며 친해져버렸습니다. 초등학생 때 이미 장편소설을 출간해 보신 적이 있는 내공이 있으신 분인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진솔한 이야기로 감동을 주시는 분이셔요.
역시 비슷한 시기 브런치 입문해서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이웃 작가님. 2022년 4월 입단작가회라도 만들어야 될까 봐요. 뒤늦게 예쁜 아기를 낳으셔서 날마다 힘들어 하시면서도 출간하랴 그림 그리랴 일하랴 살림하랴 운동하랴 바쁘게 사시는 분이셔요. 얼마 전에 본인이 손수 그린 그림책을 출간하신 출간 작가님이신데, 저는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문체가 묵직하면서 직설적인, 때론 가볍고 익살맞지만 이면에 주제의식이 깔린, 무슨 글을 쓰시던 아우라가 느껴지는 배가본드 작가님이십니다. 라이킷은 정말 꼼꼼하게 읽고 느낌이 좋은 글만 누른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신, 그래서 이 분 라이킷 받으면 무척 더 기분을 좋게 만드는 본인의 존재가치를 알고 계신 분이지요. 저는 이 분 작품도 좋아하지만 이 분이 다른 작가님 글에 남기시는 묵직한 댓글도 무척 좋아한답니다. 가끔은 댓글이 더 재밌어요.
발행 글 1,300여편, 매거진 및 브런치북 47편. 밥만 먹고 글만 쓰라고 해도 도저히 못할 만큼의 엄청난 집필을 하셨고 다수의 발간도 하셨고 지금도 왕성한 집필을 하고 계신 대단한 작가님이십니다. 생활에 경종을 울리는 무거운 글을 많이 쓰셔서 처음에는 많이 불편하기도 했는데, 삶의 큰 스승님을 만난 것 같아 존경하는 마음으로 구독하고 있습니다. 타 작가는 전혀 구독하지 않으시는 분인데요, 마음이 닿았는지 이제 저도 알아봐 주시네요.
우연히 브런치 대문에 뜬 김밥 마는 이야기를 읽고 울뻔했습니다. 감동 먹어서. 삶의 소중한 기억을 글자로 바꾸어 감동을 심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신 분이십니다. 구독자 분도 작가님의 관심작가도 많은 분이신데, 본인 작품의 수많은 댓글도 관심작가의 신작 등록글도 놓치는 법 없이 살뜰하게 소통하시고 정을 나눠주시는 분이셔요. 너무 바쁘신 건지 요즘에는 작품이 조금 뜸 하시던데, 꾸준히 자주 뵙길 바래봅니다~
못하는 게 없는 신경과 의사 선생님. 그림, 소설, 수필, 의학 해설서, 여행작가, 악기 연주 등 저걸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팔방미인 만능 작가님. 1일 1글 브런치 질주하시는 걸 보고 생각없이 따라하다 오늘까지 와 버렸습니다... 하하하....
디자이너 직장인 작가님. 사람마다 지문이 있듯이 산문인 문체가 유독 시처럼 미려한 특징이 있는 작가님. 고양이 가족을 모시는 집사님이구요, 디자이너 시라 그림도 잘 그리시는데 우쿨렐레도 잘 다루십니다. 요즘에는 기타에 맛 들이고 계시더라구요. 뉴로그림 작가님처럼 역시 팔방미인 작가님. 아참, 두 분도 절친이시래요.
아이패드로 따라 그려볼 만한 그림작품을 찾다가 눈에 팍 들어온 그린제이 작가님. 늘 바쁘신것 같은데 1일 1그림작품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 년이 넘도록 지속하고 계십니다. 심지어 그림 하나하나가 다 작품인데두요. 세상엔 정말 성실한 분들이 많지요.
제 브런치를 구독해주신 102분 작가님들 한 분 한 분 다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한꺼번에 너무 다 해버리면 재미없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변함없는 애정과 응원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서로 서로 선한 영향력만 주고받는 정겨운 브런치 세상이 되길 소망하며 오늘은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