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2년 4월. 이곳 파키스탄은 이미 봄을 넘어 초여름 날씨다.파키스탄은 더운 나라지만 이곳도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는 나라며 절기도 비슷하다. 다만, 계절별로 한국보다 10도 정도 항상 더 높다고 생각하면 대충 비슷하다.
나름 귀엽고 예쁘다. 벽에 붙어있는 것만 해도 신기한데, 거꾸로 붙어서 천장까지 내달린다.
여느 날처럼 일어나서 식당으로 향하는데, 뭔가 느낌이 쎄~하다. 무언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살펴보니, 역시 무언가 하고 눈이 마주쳤다. 도마뱀이다. 뭐, 나는 군대도 다녀오고 살만큼 살아 본 나이 먹은 남자니 꺄악~ 하는 비명은 당연히 안 질렀다. 아 그냥 도마뱀이 나왔구나 끄덕끄덕 우리 아들이 보면 엄청 신기해하겠네~ 사진이나 찍어놔야겠다. 그러면서 아침 먹으러 향했다. 식당에서, 동료들에게 집안에 도마뱀을 봤어요 이야기를 했더니, 무심하게 "걔네들, 제 방에도 자주 와요. 도마뱀이 있으면 모기가 상대적으로 없어져요. 대신 창틀에 똥을 자주 싸놔서 그거 치우기가 귀찮아요. 집안에 들어오는 애들은 상대적으로 쪼꼬만 아기들인데, 밖에는 팔뚝만 한 큰 애들도 많아요." 그런다.
아. 그렇구나. 여기선 자연과 벗 삼아 사는 곳이구나.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호주 편의점에 나타났다는 사람 키만 한 도마뱀 사진도 봤는데, 여기서 그런 애 만나면 나도 놀랠 것 같기는 하다. 아침에 본 쪼꼬만 애는 눈망울도 이쁘고 애완용으로 키워도 괜찮을 만큼 귀엽기까지 하다.
같이 밥 먹던 동료가 말 나온 김에 경고도 해준다. 신발을 아무 데나 벗어놓지 말고 반드시 신발장에 넣어 두라는 조언. 가끔씩 신발안에 지네 또는 전갈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신발 신기 전 톡톡 쳐서 안에 뭐가 있나 확인해보라고 한다. 아. 화장실에서 발이 수백 개쯤 되어 보이는 기다란 녀석이 후다닥 기어가던데 그게 걔, 지네 맞구나. 같이 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물리면 약도 없으니 조심해야겠다.
밥 먹고 다시 방으로 가는 복도에서 아침에 봤던 꼬마 도마뱀을 다시 만났다.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붙어있던 자리에서 쏜살같이 달려 나가 사라지는데, 곤충도 아니고 동물이, 수직으로 된 벽을 그냥 기어가고 천장까지 거꾸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못해 경외로운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아니, 쟤는 어떻게 천정에서 안 떨어지고 기어가는 것도 아니고 달려갈 수가 있냐. 자연은 위대하다. 발이 끈끈해서 천장에 붙을 수 있다 치면, 한번 붙은 발을 떼어내기도 힘들 텐데, 저 쪼꼬만 몸에서 천장에 발을 착 부착했다가 힘들이지 않고 다시 떼는 동작을 1초에 수십 번을 해 댄다.
궁금한 건 또 못 참지. 도마뱀 발에 난 아주 미세한 털에서 작용하는 반 데르 발스 힘 때문에 천장에서도 안 떨어지고 붙어있는 거라고 한다. 좀 더 자세한 건 아래 블로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