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13_ 8월 말에 찾아온 기쁜 선물 이야기
지금 세상이 나를 놀리는 건가 싶었다. 평생을 아가들을 예뻐하고, 누군가의 임신소식을 누구보다 요란스레 기뻐해줄 수 있는 나였다. 왜 내 주변에는 빨리 조카들이 안 생기지 하고 주변에서 예뻐할 수 있는 아가들의 존재 자체에 목마를 때도 있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부터 '아빠 어디 가' 같이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 본방 사수는 물론 유튜브까지 챙겨보는 나였다.
그렇게 주변의 임신 소식을 듣고 싶을 때는 잠잠하더니만. 나이대가 그런 나이대일 수도 있긴 하지만 올해만 유독 너무 가까이에 임산부들이 늘어만 갔다. 매주 보는 교회 공동체 모임에만 4명, 제일 친한 영어교사 1명, 휴직 중에도 소식을 알게 되는 다른 동료교사 1명.
당연히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을 듣기가 힘들었다. 들추고 싶지 않은 나의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올라 마음을 잔인하게 다시 한번 후볐다. 웃으면서 이것저것 몸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불평하기도 하는 친구의 말에 육체적 배뿐만 아니라 심리적 배도 불렀구나, 하는 배배 꼬인 마음이 새어 나오는 게 싫었다.
그런 마음을 두고 기도를 해도, 잘 안 다스려지는 마음. 9월, 가을을 앞두고 급해지는 마음. 올해 안에 안 생기면? 내년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를 앞당겨온 걱정과 두려움.
생산적이고 즐거운 시간을 대체로 보내도 마음 한구석에서 점점 자라는 그 마음뭉탱이들. 아신 걸까. 기도와 소망으로 똘똘찬 마음. 닿은 걸까.
매직아이로 이래 보고 저래 봐도 안 보이던 그 초조함을 아니까 섣불리 테스트기를 하기도 싫었다. 생리예정일이 지나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거의 뭐 닿자마자 선명한 두 줄. 감사함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엄마가 한 달 전 난리법석을 부렸던 잉어 꿈. 엄청 큰 잉어를 잡고 싶었는데 알아서 잉어가 엄마 품으로 왔다고 했다.
적어도 아기집을 본 후에 가족한테 알리고 싶었지만, 양가를 방문할 일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어서 조금은 섣불리 알렸다. 엄마아빠는 입이 찢어지고 시부모님은 웃으면서 눈에 눈물이 고이셨다. 무리하면 안 된다고 짐도 못 들게 하고 운전도 남편만 시키라 신다. 생신을 맞으신 아버님은 다른 선물이 필요 없다신다.
새로운 생명. 정말 새삼스레 너무 신기하다. 경이롭다. 그 자체가 가족 전체에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참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생명의 신비.
10달간의 과정에 샬롬*이 함께 하길 간절히 바라며 점찍어둔 태명 샬로미. 샬로마 지금 너에게 우리가 바라는 건 건강밖에 없어.
정말이지 너무도 감사한 건 내 몸 컨디션이 엄청 좋아진 때에 새 생명을 주신 것. 골칫거리던 발목의 호전으로 요즘은 5킬로 정도 러닝을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원인을 알 수 없던 눈 알레르기도 잠잠한지 꽤 된 채였다. 음식을 내 손으로 차려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습관이 된 상태였고.
정말 내게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것을 주신 걸까.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신경 쓸 일 아니라지만 3월 일 때문인지 어제는 피를 흘리는 꿈을 꿨다. 두 줄을 보고 5일째 되는 아침에 그런 사단이 있었기 때문인지 왠지 5일째 아침만 넘기면 그래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은 괜한 기분.
감정이 널뛰기를 한다. 어디까지가 호르몬의 영향일까. 무슨 옷을 입힐까 어떻게 놀아줄까 기대에 맘껏 부풀다가 당장 내일까지 무사할까, 무사히 이번 주 토요일에 건강한 아기집을 볼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난다.
존속여부 혹은 생사여부 둘 중 어떤 표현이 맞을랑가 모르겠는데. 그 자체가 마음의 가장 큰 화두가 되니 다른 것들은 중요치 않아지는 것 같다.
잘 알지 못했던 성경인물 에녹이 떠오른다. '창을 던지는 자'라는 뜻의 이름인 무드셀라를 아들로 얻은 후부터 하루하루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목사님이 그러셨는데. 부족 간 전쟁에서 창지기의 죽음은 곧 부족의 멸망이었던 시기이기에, 결국 무드셀라가 죽을 때 심판이 있을 것이 예정되어있었다고 한다. 에녹 입장에서는 자식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 매번 살 떨리는 심정으로 하나님께 더 간절히 기도하고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
일희일비가 인생 그 자체인 나로서는, 이것 밖에는 답이 없다. 아기집을 보러 가기 전 주어진 일주일조차 빨리 감기를 하고 싶을 정도로 궁금해서 미치겠고 괜찮을까 두려워 죽겠는데. 하나님께 슬라임마냥 더 찐득하게 의존하는 거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이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라는 고백이 내 입에서 이 기간에도 진심으로 나오길.
*샬롬: 샬롬은 히브리어로 ‘평화’를 뜻하며, 일상 인사 ‘안녕하세요/잘 가세요’로 쓰이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