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톡 깨톡, 빨래 돌려
카톡창에 숫자가 올라간다. 8.9...20.....80.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데 우린 여자 넷이라 상다리 몇 개는 무너뜨린 거 같다. 해도 해도 꼬꼬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하루 종일 에너지를 다 쓰고 온 네 여인은 밤이 되면 누구라도 먼저 톡을 본낸다.
"나는 지금 내일 아들 먹일 닭볶음탕에 오징어 뭇국 끓여 놓고, 저녁에는 오징어 김치전 해 먹고 빨래 돌린 거 널고 배우고 있는데 이 시간"
"손도 빨라 저녁 시간을 이렇게 알차게 보내다니, 나도 빨래 널어야 돼, 대화 좀 더 나누려고 헹굼 1회 추가"
"빨래 지옥 너무 싫으다"
요새 얼굴 못 보니 내일 점심이라도 먹자고 말했다. 네 여인네의 숨막히는 대화.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없으시면 제 맘대로 정할게요"
"물주가 가자는 대로 가는 거야"
"맞아요"
"5차 앞 팥칼국수집 거기 별로지요? 칼국수 먹고 싶으넹"
"삼성 아파트 엄마 칼국수도 맛날걸, 도서관 근처 칼국수 집도 유명하다던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설가네 칼국수던가? "
"저는 여기로 서소문 소바로 예약하려고 했는데요"
"아, 거기 밀리는데 가능할까요"
"예약해보고 안되면 딴디 가게요. 물메기탕은 어때요? 겨울에 아주 좋은데..."
"예약되면 서소문 소바 가고 싶다"
"언니는 물메기탕 보다 경양식 쪽일 듯 ㅎㅎㅎ"
"물메탕 단어 보고 꺄아악 했어ㅎㅎㅎ"
"물. 메. 기. 탕"
"언니! 물메기탕이 얼마나 보슬보슬 아주 그냥 보드랍고 시원한데요! 진짜 모르시네~~~ㅋㅋ"
"메기는 생선인데 쫄깃해요~~"
"하긴 복탕 먹어보니까 쫄깃하긴 하더라....."
"이 언니 은근 많이 가리시네, 알았어요. 서소문 소바로 예약해보고, 안되면 물메기탕으로 예약할게요 ㅋㅋㅋㅋㅋ"
그냥 이렇게 톡으로라도 웃고 떠들면 마음이 좀 나아진다. 하루 종일 컴퓨터랑 서류랑 씨름했던 기억이 사라진다. 2시간 넘게 씻지도 않고 이러고 있다. 이제 자야 한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점심 우리는 돈가스와 소바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꼬꼬무는 계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