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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경 Jul 23. 2020

마을에서 신나게 일하는 사람들

“마을에서 신나게 일하는 사람들”

  내 일터는 군산지역에서 가장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십구 년째 일하면서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비슷하다. 우리 동네를 다른 동네와 비교할 때 차이는 출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 사는 사람들은 어르신과 장애인이 많다. 나이 많고, 몸이 불편하다 보니 일할 곳이 마땅치 않다. 주민들은 자연스레 동네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

  우리는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가 조금 더 행복한 동네가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 고민 끝에 우리는 '공동밥상'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함께 장을 보고, 요리해서 빙 둘러앉아 밥상을 마주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 따뜻해지는 일 아닌가

 우리 동네 아파트는 총 여덟 개의 동이 있다. 동료들은 작년부터 여덟 명의 동 담당을 정하고, 발품을 팔아 사람들을 만났다. "어느 동에 사시나요?", "하루를 어떻게 지내세요?", "뭘 할 때 제일 행복하세요?", "취미로 하는 거 있으세요?", "뭘 좋아하세요?",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어보고 만났다. 그 결과로 작년에 동료가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사업계획서를 내 선정이 되었고 올해부터 ‘공동밥상’ 지원금을 받게 됐다.

 드디어 공동밥상 첫날, 아침부터 분주하다. 어제 봐 논 재료를 챙기고, 반찬 담을 통도 씻고, 함께 하기로 한 분들께 연락도 드린다.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신이나 보인다. “이쁘다!” 나는 하필 다른 일정으로 외출을 하고 와서야 참여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당도했을 때 공동밥상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들어가는 길에 아는 분을 만났다. “어떻게 재미있게 만드셨어요?” “네, 너무 재미있고, 신나게 만들었네요.” “아, 다행이네요. 맛은 있던가요?” “네, 정말 맛있었어요”.

 함께 뒷정리를 도왔다. 식당을 쓸고, 닦고, 설거지를 했다. 다들 얼이 나간 표정들,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땠어요?” “한 시간 만에 음식 만들고 먹는 게 끝났어요!” “흐억, 성격 급한 우리 어르신들, 오늘도 속도 엄청 내셨구나!” 싶었다. 약간은 지쳐 보이는 동료들, 함께 하지 못한 나는 미안한 마음에, 음료수를 내겠다고 했다. 동료들은 “앗싸”를 외쳤다.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 작은 커피가게가 떠나가라고 떠들어댔다. 나는 “사장님, 죄송해요. 저희가 일하는 중에 말을 못 해 말문이 터졌네요” 사장님은 “괜찮아요!” 하고 웃으셨다. 착한 사장님 덕분에 우리는 평가회를 거기서 했다. “오늘 몇 분이나 오셨어요?” “마흔네 분 오셨고, 직원들까지 오십이 명이요” “첫 모임인데도 많이 오셨네요” “그동안 주선하고 걸언한 보람이 있네요” “어르신들이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신던가요?” “엄청 좋아하셨어요. 어르신들이 연륜도 있으시고, 혼자 사는 분도 많으셔서 그런지 성별에 상관없이 잘 만드셨어요!, 봄동 된장국도 맛있었고, 냉이무침, 깻잎 완자전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먹었습니다. 역시 잔칫날은 기름 냄새가 나야 하는 것 같아요. 수육은 따로 준비했는데, 평소 고기 잘 드시지 않던 어르신들도 잘 드셨어요!” “소박하지만 ‘마을 밥상 잔치’가 되었네요!”

한 동료가 말했다. 주민 한분께 문자가 왔어요. “평소 얼굴은 아는데 인사를 안 했던 동네 주민들과 함께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서로 친해지고 사람 사는 것 같네요” 그 한마디가 우리들에게는 큰 위로가 됐다. 우리의 목표는 “관계 맺기”다. 관계를 통해 주민 간 공생성을 살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문자 메시지”는 우리의 첫걸음을 응원하는 희망의 소식이었다. 첫걸음은 언제나 설렌다. 오늘이 그랬다. 앞으로 구 개월 동안 한 달에 한번 이렇게 해야 한다. 다음은 오늘보다 더 잘하리라. 주민들이 더 오래 머물러 담소 나누고, 함께 준비하고 마무리까지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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