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편
아내가 한결 다부진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여보. 우리 선화 믿죠? 너무 속상해서 한 말인 거 같아요. 주말에 선화를 좀 만나보려구요. 속상한 마음 우리가 아니면 누가 들어주고 보듬어 주겠어요?”
한 씨는 아내의 말을 들으며 택시 의자로 등을 기댔다.
“응 그럽시다. 그럼 내가 사위를 한번 만나 보지. 그 녀석도 많이 힘들텐데, 부모님도 안계시니 나라도 곁에 있어 줘야지.”
아내의 목소리가 한결 편안하다.
“여보 그럼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사위까지 신경써주고, 고마워요. 당신. 집에 와서 마져 이야기해요. 조심히 와요.”
한 씨는 전화를 끊고 택시 시트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한 씨의 마른 기침이 좁은 차 안을 울렸다. 한 씨는 소매로 재빨리 코를 훔쳤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차창 밖으로는 서울의 불빛이 흘러가고 있었다. 가로등, 네온사인, 주황색 점멸등 도시의 색색들이 어둠 속에서 뒤섞여 흐릿한 밤의 수채화를 그려냈다. 한 씨의 호흡은 그 빛의 향연과 함께 사라져갔다.
어둠 속에서 한 씨의 눈동자가 이내 깊어졌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는 천천히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 한 씨는 깊숙한 곳에서부터 느릿하게 끌어올리는 듯한 숨을 “후---” 하고 천천히 내쉬었다.
라디오에서는 김광석의 '거리에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