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통과 사랑의 상관관계

일상 에세이

by 무지개물고기

나의 10대의 키워드가 '공부', '성적'이었다면 20대

나의 인생 키워드는 '사랑', '연애'였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성향인 나는 20대에 그야말로

사랑과 연애에 몰입했다.

그 두 키워드는 내 일상에 침투하여 최고조에 이를 때면

세상의 전부가 되기도 했었다.

20대의 터널을 지나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그 시절의 열정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

머리를 감으며 얼마 남지 않은 샴푸통을 보며

사랑을 생각한다.


용량이 다른 두 개의 샴푸통이 있다.

누구는 한 번에 많은 양을 푹푹 짜기도 하고,

조금씩 아껴서 짜기도 한다.

한 번에 사용하는 양과 처음부터 달랐던 샴푸통의

용량에 따라 샴푸를 소진하는 시기가 다르다.

샴푸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불안한 마음에 새 샴푸를

바로 사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 남지 않았지만 바닥에 깔려있는 잔여물을 뒤집어서

탁탁 털어 쓰고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새 샴푸를 사기도 한다.


그리고 쓰던 샴푸통을 버리는 시기에 차이가 발생한다.

두 사람이 많나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일이 어쩌면

샴푸를 사서 쓰고 버리는 과정과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의 경우는 남은 샴푸에 물까지 한번 넣어 잔여물을

싹 비워내야만 다음 사랑이 시작되는

약간 구질구질한 유형이었기에 어떤 사랑에도

미련은 없었고 지금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사랑이 현재진행형이 아니라도 인생의 모든 발자취가

그러하듯 한 번씩 마음속에서 꺼내 볼 추억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니, 샴푸가 닳아지는 걸 아쉬워하지 말고

신나게 펌핑해서 쓰고 그 샴푸가 얼마 안 남았다 하여

섣불리 새 샴푸를 바로 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오늘도 사랑에 울고 웃는 청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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