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글 ⓛ
주말에는 6월의 보름달이 떴습니다. 이름도 낭만적인 '스트로베리 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일요일 밤에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싶었지만 아파트로 둘러싸인 동네에서는 달이 보이지 않았어요. 더 늦은 밤, 달을 다시 찾았어야 했나 봅니다. 그래도 토요일 저녁, 뜨는 달이 참 예뻐 한참을 본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버스를 탔어요. 설레는 경험은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호기로운 생각이 들었어요.
<3억이 개이름은 아니잖아요>라는 매거진으로 써놓은 글을 연재해야지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것과 별개로 브런치 매거진으로도 글을 계획적으로 연재하려고 했어요. 일단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프롤로그도 막 떠오르더라고요.
"도레미도 미도미 레미파파미레 파"
"넌 지금 노래가 나오니? 왜 계이름은 외우고 난리야?"
울상을 짓고 있으면 그럼 3억이 돌아와?
속상하다고 쳐져 있으면 잃은 게 아닌 게 되냐고?
노래라도 불러야지.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게 살래.
이렇게 시작한 생각은 <3억이 계이름은 개이름은 아니잖아요>라는 제목을 만들고, 장면의 시작을 떠올렸어요.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저녁이 되자 6월의 보름달은 제게 다른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저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남기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글 속에 등장하는 누군가들에게는 뾰족하지 않은 글을 쓰려고 합니다. 칼은 순간에 강한 상처를 주지만, 펜은 글을 통해 더 큰 비난을 오랫동안 그리고 지속적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 겨울, 하루에 몇 장씩의 글을 쓰며 모든 관계를 지운 저의 이야기를 용기 내서 쓴 것에 기뻤습니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더 많은 이야기들이 궁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제 마음은 처음부터 다시 쓰고 싶기도 한 것 같습니다. '소설 같은 일'을 겪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소설이면 더 쓰기 편할 것 같아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더 신랄한 감정 묘사도 가능할 것 같고요. 그래서 다시 방향을 잡아보려고 합니다. 선택의 중심에는 '나는 시작이 어려운 게 아니라 끝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이런 태도를 고쳐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바탕으로 어떻게 마무리를 하는 것이 끝까지 해내는 것인지 저를 시험해 보려고 합니다.
몇 편의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공개하며 많은 분들의 응원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주신 독자님의 이야기는 매일 떠올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돈보다 더 큰 깨달음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후에 반드시 30억을 버실 것입니다.
자신을 지키고, 뜻에 맞게 성실히 산다면 돈은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꼭 열심히 살아 받은 위로를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문득 드는 생각은 평범한, 보통의 삶은 참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별 탈없이 잘 흘러가는 한 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