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지락 칼국수

맛있는 주말

by 혼란스러워

토요일 오전, 아침 일찍 출발해서 시골에 도착했다. 날도 덥고 집에만 있기 답답하여 또 내려왔다. 농협 하나로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봤다. 시골에 올 때면 늘 들러서 먹을거리며 필요한 물건들을 사간다. 과일 코너에 잘 익은 여름 과일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커다란 수박, 노랗고 빨갛게 잘 익은 복숭아, 보랏빛이 짙다 못해 검게 보이는 거봉 포도, 그중에서 복숭아가 예뻐서 한 팩 집어 든다. 말랑말랑한 복숭아도 맛있지만 난 딱딱하게 익은 것을 더 좋아한다. 어머니도 복숭아를 좋아하시니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었다가 드려야겠다.


해산물코너에 가서 살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잘 썰어 한 푸짐하게 차린 회가 눈길을 끌지만 아직 여름철이니 나중에 먹기로 하고 지나간다. 바지락이 보인다. 보자마자 바지락 칼국수가 떠올랐다. "그래 오늘은 너다." 고민 없이 카트에 담았다. 바지락이 많을 수록 맛있으니 두 팩을 담았다. 조금 지나니 두부, 묵 등이 있는 신선코너가 나온다. 우뭇가사리가 보였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우뭇가사리 무침이 생각나서 집어 들었다. 주류 코너에 가서 맥주를 살까 하다가 막걸리를 한 병 골랐다. 밤에 상황 봐서 술이 당기면 한 잔 마시고 잘 생각이다.


칼국수 면과 아들 간식으로 가락국수와 과자를 담았다. 좀 더 돌아보니 콩국물이 보인다. 콩국수도 먹고 싶어 져서 한 팩 집어 들었다. 칼국수를 먹기로 했으니 콩국수 다음에 어머니 드시라고 사놓기로 했다. 계산대로 향하는데 떡이 보였다. 인절미와 절편 한 팩씩을 담았다. 가격이 예전에 비해 좀 올랐다. 몇 개 안 샀는데 돈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물가가 많이 오르긴 올랐나 보다. 그래도 주말에 시골에 내려와 적당히 여유를 즐기며 별미도 챙겨 먹을 생각을 하니 그 정도 소비는 아깝지 않다.


집에 도착하니 아들이 배고프다고 하여 가락국수를 끓여 줬다. 나도 조금 먹을 생각에 2인분을 끓였다. 아들이 후루룩후루룩 잘도 먹었다. 두어 젓가락 먹고 일어났다. 부모는 자식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더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이웃집에 가셨던 어머니가 돌아왔다. 연락도 없이 왔다며 뭐라 하시지만 무척 반기시는 표정이다. 바지락을 씻어 냄비에 담아 물을 붓고 끓였다. 그 사이 애호박을 조금 볶고, 다진 마늘을 넣었다. 물이 끓기 시작했다. 칼국수를 넣고 저어준다. 바지락 국물 특유의 향이 올라온다.


바지락이 익어 껍질이 벌어지니 토실토실 노란 속살이 먹음직스럽다. 대파를 썰어 넣고, 간장으로 간을 했다. 몇 분을 더 끓인 후 불을 끄고 애호박 볶은 것을 넣었다. 바지락을 많이 넣으니 푸짐하다. 노랗게 익은 바지락 살을 보니 입에 침이 고인다. 그릇에 한가득 덜어 어머니와 마주 앉아 뜨거운 바지락 칼국수를 더운 줄도 모르고 먹었다.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니 땀이 흐른다. 어머니는 바지락이 영글어 맛있다며 잘 드셨다. 저녁엔 호박순을 따다가 데쳐서 된장 찍어서 밥에 싸 먹자고 하신다. 호박순은 이맘때 먹을 수 있는 별미 중 별미다. 깻잎장을 담았는데 맛있으니 그것도 먹자고 하신다. 난 우뭇가사리를 시원하게 무쳐 보겠다고 했다. 맛있는 주말이다.

keyword
이전 10화오늘같이 비가 내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