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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May 08. 2024

나의 모든 천국

수요일의 시


나의 모든 천국         

  

박성현




당신은 나의 모든

천국,

고백하는 밤에도 눈은 내리고 나는,

어김없이 당신에게 가네    

 

눈을 밟으며

눈 속에 사무쳐 당신을 기다릴 때도

당신은 나의 모든 천국

황홀함과 설렘,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만

애틋한 입맞춤     


눈을 밟으면

나의 모든 천국에도 주어가 생겼지

주어는 당신에게 연필을 주며

눈보라가 당신을 흔들었습니다’

혹은

눈보라가 얼어붙은 당신을 찾아냈습니다’

라고 쓰게 했네   


당신이,

당신으로 투쟁하고 사랑하는

이런 현실은 황홀해

당신을 나의 모든 천국이라 불러도

전혀 거리낌 없지  


그러나 천국은

살아서는 갈 수 없는 곳

결국 당신은

나의 모든 죽음이었네    


눈을 밟으며

세상 모든 것들과 단절된

검은 눈을 밟으며     


온몸을 파고드는 바람 무늬 속으로

당신의 그을린 지문 속으로

나의 천국과 죽음이 다정하게 걸어가네









* 계간 <시와정신>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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