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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May 15. 2024

그 언덕의 밤

수요일의 시


그 언덕의 밤               


박성현




그 언덕은 밤이었고 

식어버린 달이 떠 있었다 아직 밤이 아닌 

남자의 입술에는 

붉은 기와 무늬의 저녁놀이 흘러내렸다     

 

그 언덕의 밤에는 

벽과 나무와 구름이 없어서 남자는 

허리를 세운 채 

낮고 무거운 서쪽에 기댔다     

 

그 언덕의 밤에서 

올빼미가 

울었다 올빼미는 날개를 단단히 잠그고 

회색 머리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 언덕의 밤으로      


소년들이 걸어왔다 

모두 챙이 넓은 모자를 썼고 

맨 끝에서 느릿느릿 올라오는 소년은 

지팡이를 집고 있었다   

   

소년들의 얼굴에 묻은 

낮의 

기묘한 어둠, 남자가 기댄 서쪽을 

한 소년이 

주머니칼로 잘라냈다  

    

그 언덕의 밤은 

남자가 사라진 곳 소년들이 이미

남자의 사지를 둘러메고

들판으로 향했다









* 계간 <미네르바> 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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