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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May 22. 2024

눈꺼풀 아래 쓴맛,

수요일의 시


  눈꺼풀 아래 쓴맛,



    박성현




    애도 받지 못한 죽음에는 

    눈꺼풀이 없다 

    육체의 가장 무르고 가파른 곳이 무너졌으므로, 눈을 감지 못한 채 바람을 모으고 날벌레와 짐승을 불렀으므로 

    활동이 멈춘 분화구처럼 

    오래된 종탑의 소리는 멀리 가지 못했으므로      


    나는, 

    당신의 걸음에서 구부러진 발자국을 본다 모양을 상실한 호흡과 빛의 그림자와 짐승의 뱃가죽을 찢어 만든 

    북과 

    라스 하르푼*을 지켜보았다      


    나는,

    애도 받지 못한 죽음의 박명

    깨어, 

    움직이고, 

    기다리는 샤먼의 소리, 깨어, 움직이고, 끝없이 반복되는 샤먼의 리듬, 그 자체로 호흡인 리듬, 

    깨어, 움직이고

    안쪽으로 둥글게 뭉쳐지는 

    점점 더 안쪽으로 모여 한점으로 압축되는     


    나는, 

    눈꺼풀 없는 죽음, 시간을 돌려 

    쓴맛을 삼키는 에코의 

    마지막 울림—복화술사는 깨어 움직이면서 

    신의 입술을 은밀하게 복사했다           





    * 아프리카 최동단 소말리아의 푼틀란드에 위치한 곶. 수많은 고대 건축물과 유적이 있다 


    * 계간 <문학과 사람>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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