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시
박성현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아프지 않은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 그때의
나와 함께 걸을 수 있을까
긴 하루가 끝나는 언덕에 앉아
나는, 배를 설계하고
배를 띄우는 바다와
밤과 안개와 달을 그릴 수 있을까
항해를 시작해서
항해가 끝나는 곳에서 나는,
어디쯤 왔는지 돌아볼 틈 없이
사라질 수 있을까
내 심장에 파고든 불의 황무지를
깨끗이 지울 수 있을까
그러므로 소년이여
그곳이 어디든 너무 멀리 가지 않기를
멀어서 숨 가쁘지 않기를
* 반년간 <한국시인>, 한국시인협회,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