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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May 29. 2024

그곳이 어디든
너무 멀리 가지 않기를

수요일의 시


그곳이 어디든 너무 멀리 가지 않기를


박성현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아프지 않은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 그때의 

나와 함께 걸을 수 있을까

긴 하루가 끝나는 언덕에 앉아 

나는, 배를 설계하고 

배를 띄우는 바다와 

밤과 안개와 달을 그릴 수 있을까

항해를 시작해서 

항해가 끝나는 곳에서 나는, 

어디쯤 왔는지 돌아볼 틈 없이

사라질 수 있을까 

내 심장에 파고든 불의 황무지를

깨끗이 지울 수 있을까

그러므로 소년이여

그곳이 어디든 너무 멀리 가지 않기를

멀어서 숨 가쁘지 않기를   









* 반년간 <한국시인>, 한국시인협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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