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시
박성현
그 빛은,
숲을 덮은 검은 이끼에 머물렀다가 기지개를 켜듯 경직된 근육을 풀고 물기를 가득 덧칠한 바위로 이동했으며
풀숲에 웅크려 먹이를 기다리는 양서류 쪽으로 방향을 틀고서는 폴딱거리는 심장 고동을 지켜보고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가 집요하게 바라보는
한 무리의 날벌레로 옮겨갈 작정이었으나 시취(屍臭)에 민감한 날벌레의 습성을 쫓아 숲의 가장자리에 떨어진 새의
끈질기고
평범한
목질의 육체에 집중했고 순간 그 빛은 희미하게 그어진 수많은 선이 숲의 안쪽에서 이곳까지 이어져
새의 깃털 하나하나를 받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재개발공사로 뭉텅이로 잘리고 무너져내린 숲이 소집하는 집요한 호흡과 박동, 끈질기고 평범한
* 한국시인협회, <한국시인> 2023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