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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Jun 12. 2024

빛의,

수요일의 시


  빛의,


    박성현



               

    그 빛은,

     

    숲을 덮은 검은 이끼에 머물렀다가 기지개를 켜듯 경직된 근육을 풀고 물기를 가득 덧칠한 바위로 이동했으며

      

    풀숲에 웅크려 먹이를 기다리는 양서류 쪽으로 방향을 틀고서는 폴딱거리는 심장 고동을 지켜보고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가 집요하게 바라보는 

    

    한 무리의 날벌레로 옮겨갈 작정이었으나 시취(屍臭)에 민감한 날벌레의 습성을 쫓아 숲의 가장자리에 떨어진 새의 

    

    끈질기고 

    평범한 

     

    목질의 육체에 집중했고 순간 그 빛은 희미하게 그어진 수많은 선이 숲의 안쪽에서 이곳까지 이어져    


    새의 깃털 하나하나를 받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재개발공사로 뭉텅이로 잘리고 무너져내린 숲이 소집하는 집요한 호흡과 박동, 끈질기고 평범한 







    * 한국시인협회, <한국시인> 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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