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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Jun 19. 2024

슬픔조차 너무 먼

수요일의 시


슬픔조차 너무 먼     


박성현               



표지석도 없는 무덤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눈이 녹아 가풀막을 흘러내렸습니다

봄볕 몇 송이가 자박자박 고인 물을 뒤척였습니다

젖은 운동화에서 한 계절 묵은 바람이 새어나왔습니다

어디선가 소리를 잃은 울음이 들려왔습니다 

발자국에 껍데기만 남은 벌레들이 잔뜩 박혀 있었습니다 

기척도 없이 모여들었고 안쪽부터 말라 있었습니다

방향을 돌려 길을 냈습니다 

새로 낸 길도 낯설고 서걱서걱했습니다 

매일매일 내게 오시지만 닿지 못했습니다

슬픔조차 너무 먼 하루였습니다     

 







한국시인협회, 엔솔로지 <경계>, 황금알시인선,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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