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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Jun 26. 2024

모든 감각을 일으켜 세우고

수요일의 시


  모든 감각을 일으켜 세우고   


    박성현




    물결을 벗어버리고

    흐름이 되자고, 당신이 말했네

    그것은 중력을 밀어내고

    구름 위로 단번에 솟는 기분일 거야      


    그때 나는,

    뉴 헤이븐*으로 향하고 있었지

    saddle the wind**를 들으며

    황혼을 지나가는 까마귀 떼처럼     


    저녁 무렵

    생선 파는 여인들이 장을 마치고

    빵과 치즈를 계산하는데

    카메라 쪽으로

    조용히 걸어오는 시선 하나

    끝내 고개를 들지 않고

    렌즈를 밀어내는 듯 적대적이었지만      


    그때

    뉴 헤이븐의 모든 시간이,

    시간을 벗어난 시간까지도

    그녀의 시선으로

    빨려들었네     


    황혼을 가르는 새들의 우울과

    아이들의 젖내,

    하루치 추수와 길고 긴 적막,

    그사이에 깃든 밤과

    저녁의 모호한 대칭까지도     


    흐름이 된다는 것은

    사물의 모든 방향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     


    생선 파는 여인들이

    카메라를 피하면서도 카메라를 움켜쥐는

    포괄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  

    

    호밀밭을 흔들던 바람도

    바닥을 단단히 움켜쥔 뿌리도

    그 자세 그대로

    나를 이어주는 단단한 이야기     


    그러므로 물결을 벗어버리고

    흐름으로 남는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의지로 나를 밀어내는 것  

   

    모든 감각을 일으켜 세우고

    빠르게 질주하는

    기차의 쇠바퀴와 같은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도시. 이곳에서 데이비드 옥타비우스 힐은 초창기 사진을 찍는다 「뉴 헤이븐의 생선 파는 여인」으로 명명된다

   

** 루 크리스티의 노래







계간 <시인들>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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