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각을 일으켜 세우고
박성현
물결을 벗어버리고
흐름이 되자고, 당신이 말했네
그것은 중력을 밀어내고
구름 위로 단번에 솟는 기분일 거야
그때 나는,
뉴 헤이븐*으로 향하고 있었지
saddle the wind**를 들으며
황혼을 지나가는 까마귀 떼처럼
저녁 무렵
생선 파는 여인들이 장을 마치고
빵과 치즈를 계산하는데
카메라 쪽으로
조용히 걸어오는 시선 하나
끝내 고개를 들지 않고
렌즈를 밀어내는 듯 적대적이었지만
그때
뉴 헤이븐의 모든 시간이,
시간을 벗어난 시간까지도
그녀의 시선으로
빨려들었네
황혼을 가르는 새들의 우울과
아이들의 젖내,
하루치 추수와 길고 긴 적막,
그사이에 깃든 밤과
저녁의 모호한 대칭까지도
흐름이 된다는 것은
사물의 모든 방향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
생선 파는 여인들이
카메라를 피하면서도 카메라를 움켜쥐는
포괄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
호밀밭을 흔들던 바람도
바닥을 단단히 움켜쥔 뿌리도
그 자세 그대로
나를 이어주는 단단한 이야기
그러므로 물결을 벗어버리고
흐름으로 남는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의지로 나를 밀어내는 것
모든 감각을 일으켜 세우고
빠르게 질주하는
기차의 쇠바퀴와 같은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도시. 이곳에서 데이비드 옥타비우스 힐은 초창기 사진을 찍는다 「뉴 헤이븐의 생선 파는 여인」으로 명명된다
** 루 크리스티의 노래
계간 <시인들> 202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