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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r 05. 2020

주문할께요, 아메리카노 뜨겁게 해주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는 사람

작년 크라우드 펀딩으로 콜드브루 제조용기를 샀었다. 분쇄된 원두를 넣고 24시간 우려내면 바로 마실 수 있는 신기한 매력에 홀리듯 구매한 것. 모셔두기는 아까워 회사에 있을 때 자주 썼다.

원두도 손수 골라 직접 만들었다보니 내가 만든 커피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카페에 갈 일이 있을 때 아메리카노보다는 라떼나 다른 커피를 주문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 내가 여름철에 뜨거운 아메리카를 찾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9월 중순 토익 스피킹을 공부할 때였다. 고시원에선 소리내기 뭐하고 도서관은 애초에 조용히 공부하는 곳이라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실컷 떠들어도 민폐되지 않는 카페.

사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걸 별로 선호하진 않았는데 특유의 탄맛과 쓴맛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나온 후 돈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기로 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서 인지 매장 안은 추웠다. 아이스로 먹다간 감기 걸리겠네 싶어 핫으로 주문했다. 직원에게 아메리카노 따뜻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한여름에 뜨거운 음료라니'라고 생각했다.

아메리카노가 나오고 나는 혀가 데일까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다. '어라? 맛이 괜찮네?'
아이스로 마셨을 때와 달리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씁쓸함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었다. 분명 같은 카페인데 맛이 다르게 느껴지다니. 이렇게 마시면 괜찮구나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후로 다른 카페에 갈 때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게 되었다. 아이스로 마셨을 때 맛없던 커피가 맛있게 느껴지는 방법이랄까.

이래서 유럽과 같은 곳에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는게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며 주변 친구들과 지인에게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설파하고 다녔다. 아마도 앞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주문할께요. 아메리카노 뜨겁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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