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비내린 Mar 13. 2020

일요일 오전의 기록

주말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니 행복해졌다

일요일 오전 여덟 시 휴대폰 알림이 울리자마자 눈을 뜬다. 화면에 보이는 알람 끄기 버튼을 누르고 누운 자세 그대로 가만히 천장을 본다. 간밤에 싸늘해진 기온에 몸이 으슬하다. 전기장판에서 올라오는 따뜻함에 기대어 조금 더 누워있으려 한다. 베개 옆에 둔 책을 들어 어제 읽다 만 부분을 편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책은 넷플릭스 영화에서 먼저 접하고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도서관에 책이 구비된 것을 알자마자 대여를 하고 어제부터 계속 읽었다. 책을 읽기 전에 세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에서 세안을 하고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이불을 둘둘 말아 덮은 채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주인공 줄리엣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건지 섬사람들과의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전쟁 속 독일 점령 하에 살아가는 건지 섬사람들에 동화되어 웃기도 하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책의 마지막 장이 다가올 즈음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식사 준비를 한다.

하메님이 장을 봐주신 반찬들을 꺼내고 베이컨을 굽는다. 갓 지은 밥을 소분해 냉동고에 넣어둔 통을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다. 따뜻하게 데운 밥과 반찬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식사를 하고 나서 보니 친구와 약속시간이 다가오는 걸 알아차린다.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을 쓰레기통에 넣어 부엌을 정리한다.

방에 들어와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고 음악을 튼다. 잔잔한 팝송을 들으며 외출 준비를 한다. 하메님이 느지막이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문을 열고 아침 인사를 건넨다. 오늘은 날씨가 춥고 비가 오니 따뜻하게 입고 가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옷장을 열어 코트와 패딩 사이에 고민하다 코트를 입는다. 방이 어질러지진 않았는지 한번 더 점검하고 현관문으로 간다. 집을 나서기 전 하메님께 인사를 한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전 06화 사도세자는 혜경궁 홍씨를 원망했던 것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