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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Sep 16. 2023

아빠의 유산

Gratitude

2023년 9월 15일 금요일


안거 중에는 의도적으로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게 되는 고전을 주로 읽는다. 고전을 읽고 있으면 마치 눈으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번 하안거를 보내는 동안 나는 제법 두께가 있는 세 권의 고전을 재독 하였다. 내가 소장한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책은 아빠가 젊은 날에 있으셨던 <논어/맹자/대학/중용/시경/서경/주역>인데, 책 표지가 코팅이 되어 있지 않고 내지보다 약간 두꺼운 종이로만 마감되어 있어서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아주 가끔 꺼내어 읽는다. 하지만 오늘처럼 바람이 가을을 실어오는 날이면 내 눈길은 자연스럽게 아빠의 책에 머물러 있다.


얼마 전, 아빠한테 보내는 생일 편지를 쓰다가 문득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일상생활 속에서 교훈이 되어준 아빠의 좋은 생활 습관을 함께 적어 보내드렸다.



자연과 여행을 즐기는 삶

정리정돈

독서

메모

긍정적 사고

시간 엄수

어른 공경

직업 정신

자기 돌봄

심신 단련



나는 우리 아빠로부터 강요나 간섭을 거의 듣고 자라지 않았다. 하나뿐인 딸이어서 과잉보호를 하셨을 만도 한데, 아빠는 오히려 나의 호기심과 역마살을 적극 지지해 주셨다. 어쩌면 아빠는 아주 오래전부터 딸의 '자유로운 영혼'을 감지하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아빠가 만약 자식에게 '감 놔라! 배 놔라!' 주문을 자주 외치는 분이셨다면 나는 지금과는 몹시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미처 가보지 않은 길이니 어떤 모습을 띄고 있었을지 알 수는 없으나, 선택한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아빠의 지지와 격려는 정말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여우의 비밀을 기억하기 위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어린 왕자처럼 나도 소중한 무엇을 마음으로 보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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