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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Sep 20. 2023

Goodnight Moon

잘 자요 달님

2023년 9월 19일 화요일


유난히 더웠던 여름은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내년을 기약하며 떠났다. 그리고 이곳보다 훨씬 더 더웠던 일본에서 여름 학기를 보내고 돌아와 집에서 머물던 랄라도 휴식을 마치고 캠퍼스로 떠났다. 그 대신 아삭아삭한 새벽 공기가 돌아왔고, 스톰과 나의 노을 산책도 돌아왔다. 어제는 초승달이 참 예쁜 밤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스톰이 좋아하는 베이커리에서 군것질을 한 봉지씩 사들고 오는 길에 만난 달님은 맑은 얼굴이었다. 너무 예뻐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밖에 머물면서 밤하늘을 감상했다. 그리고 랄라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달님이 예쁘니까, 꼭 한 번은 하늘을 올려다 보길!"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다. "오키도키!" 


이년 전 두 번째 유산을 경험한 친구가 올봄에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였다. 그리고 며칠 전 6개월 기념사진을 우리에게 보내주었다. 아빠 가슴에 기대어 앉은 귀여운 Matthew의 손에는 <Goodnight Moon> 그림책이 들려있었다. Matthew는 왼손으로 야무지게 책의 윗부분은 꼭 잡고, 오른손으로는 초록방 중앙의 벽난로 그림을 가리키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해맑은 눈망울이 몹시 사랑스러웠다. 오랜 시간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 생명을 기다려왔던 친구가 아기와 함께 <Goodnight Moon>을 읽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에서 커다란 꽃이 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나에게 잠들기 전 아기에게 읽어주고 싶은 단 한 권의 그림책을 고르라고 하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Goodnight Moon>을 집어들 것이다. 아주 오래전 랄라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시절, 나는 교보문고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잘 자요 달님>을 스치듯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역시 이 그림책만큼은 영문본이 지닌 따스하고 귀에 익은 운율을 번역본으로는 대체할 수 없음을 그 자리에서 직감했다. 아직 영문본을 만나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Margaret Wise Brown(1910-1952)의 <Goodnight Moon>이 업로드된 사이트를 나누고 싶다. https://fliphtml5.com/juzlf/ng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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