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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란 Sep 25. 2021

뇌경색 진단받고 일주일 후 출근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57년생 닭띠. 우리 아빠 이야기입니다. 지난 4 아침부터 평소보다 다리에 힘이 없다는  느낀 아빠는 오후에 작은 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 바로 응급실로 가라는 진단서를 받았습니다. 결정 증상은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 출입자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는   안써지더랍니다. 퇴근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하다 중간에 1시간 정도 걸리는 우리 동네까지 운전해서 왔답니다. 회사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아빠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로 응급실로 향한 아빠는 역시나 뇌경색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날의 기록은 이곳에 기록해뒀습니다.


 빨리 와, 아빠 응급실이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빠의 소식을 들으며 응급실로 가는 중 찾아본 뇌경색 후기들이 모두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아빠와 같은 케이스가 있다면, 큰 후유증 없이 일상생활을 잘하는 결말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완결은 나지 않은 아빠의 투병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생활을 적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아빠 왼쪽 뇌의 작은 혈관이 막혔다고 했습니다. 골든타임은 조금 지났지만, 약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지병 하나 없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아빠의 건강 상태는 사실 너무 돌보지 않아 정확한 상태를 모르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아빠는 40년이 넘게 흡연을 해온 애연가였고, 혈압도 꾸준히 관찰했어야 했는데 그냥 방치했습니다. 의사는 뇌경색의 원인을 담배와 고혈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회진을 나올 때마다 꼭 금연해야 한다고 못 박아 뒀습니다.



“건강하니까 담배도 피우는 거다." 자신하던 아빠는 그날부로 금연을 선언하더니 아직도 잘 지키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흡연하러 현관문을 열던 아빠의 움직임이 사라지자 엄마는 이제야 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건강하니까 담배를 피웠다는 말이 맞나봐"라고 아빠를 향한 믿음을 보냈습니다. 이래서 부부인가 봐요.


다행히 아빠는 일주일 정도 입원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고, 제사까지 지내고선 다시 일터로 나갔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일터로 보내고 한동안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습니다. 아빠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출근해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주말이 되면 힘이 없다고 했습니다. 평생 못 먹던 보약도 지어 먹고 흑염소탕을 먹었더니 힘이 나더라며 아직도 매주 흑염소를 먹으러 다닙니다. 아, 운동도 꾸준히 합니다. 동네 운동장에 가서 엄마랑 한 시간씩 걷고 들어와요. 컨디션이 좀 좋은 날에는 뛰기도 하고요.


치료는 약물로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혈전을 녹이는 약, 고혈압을 조절하는 약 등을 하루 세 번 먹습니다. 입원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약 때문인지 어디에 조금만 부딪혀도 멍이 잘 들고 모기에 물려 긁기만 해도 피가 나기 시작해 잘 멈추지 않습니다. 몸에 힘도 없고요. 원래도 느렸던 걸음이 더 느려진 것 같기도 하고 원채 적은 말수로 가끔씩 말 하지만, 발음도 그 전보다는 뭉뚝해진 것 같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가는 병원. 퇴원 후 첫 진료일에는 엄마와 내가 많은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발하는 건 아닌지 몸에 많이 무리가 가는 건 아닌지요. 그래서 더이상 직장 생활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그러면 우리 아파트 대출금은 어쩌지하는 근심도 섞어서요. 요즘은 엄마가 병원 가는 날을 저한테 말도 안 해줍니다. 별일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반찬 뚜껑을 두고 아빠와 싸웠습니다. 아픈 아빠를 두고 내가 너무 했나라는 생각을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하게 됩니다만, 뚜껑 여는 게 그리 힘든 건 아니잖아요? 우리 둘은 성격이 똑같아서 누구 하나 반찬 뚜껑을 열지 않았고 엄마가 대신 모든 뚜껑을 열었습니다. 아직 화해 하지 못했는데요. 뭐 언젠가 알아서 풀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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