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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Oct 08. 2023

직장인 성격유형

한동안 '혈액형'으로 사람들의 성향을 분류하는 게 꽤나 유행이었다.

A형이면 소심하고, B형이라면 아마도 나쁜 남자일 것이라는 식으로 성격유형을 분류했던 것이다.

또 예전에는 스포츠신문이나 무가지(無價紙)에 출생 연도에 따른 '오늘의 운세'와 생일에 근거한 '별자리 운세'가 매일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혈액형이나 태어난 생년월일에 따라 미래의 성격과 운세가 결정된다는 건 그다지 과학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올해 고3인 닭띠 대입 수험생이 수능시험 성적 발표날 오늘의 운세에서 최고의 운수대통이라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해서 기분 좋아한다면 합리적일까? 

어차피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닭띠일 텐데 말이다.

혹시나 전체적인 평균 시험성적이 올랐다 하더라도 상대적 우열을 가르는 상황에서는 한 해에 태어난 모든 이에게 운수가 대통한다는 걸 믿기는 힘들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한 친구 녀석은 나와 생년월일이 모두 같지만 살아온 궤적을 비교해 보자면 내가 힘들다고 그 친구가 힘들었던 것도 아니고 그 친구가 잘 된다고 내가 잘 되는 것도 아니었다.


태어나면서 갖게 된 고유의 특성이 이후의 삶이나 성격에 똑같은 영향을 준다는 건 그래서 믿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 정보는 그저 재미로 참고하여 안 좋은 글을 보면 참고 삼아 조심하고 좋은 글을 봐도 너무 들뜨지 않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지나치게 과몰입해서 곧이곧대로 사람의 성격을 예단하거나 운세를 믿는다면 오히려 진짜의 현실을 그릇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반면 최근에 한창 회자되는 MBTI 성격 유형의 경우 혈액형이나 생년월일 같은 정보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과학적 근거가 높다고 생각된다.  

태생적으로 결정되는 정보가 아니라 잘 구조화된 설문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성격유형을 분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MBTI는 사람들이 갖는 성격을 네 가지 기준에서 상대적인 성향에 따라 구분한다.

(E or I)  외향형인가 또는 내향형인가

(N or S) 직관형인가 또는 감각형인가

(F or T) 관계 중심 사고 또는 사실 중심 사고

(P or J) 인식형인가 또는 판단형인가


물론 사람들의 성격이라는 게 위 4가지의 분류로만 이해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4 가지의 기준이 활용되는 것은 아마도 대표적으로 많은 부분을 설명하면서 설문에 의해 군집을 분류하기 용이해서일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일지 MBTI에 대한 유행이 시작된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MBTI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용되며 대중적인 밈(meme)에 활용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회사 조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나 역시 오랜 직장생활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사람들을 분류하는 나만의 기준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MBTI 가 네 가지 관점의 상대적 속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유형화한다면 내가 생각한 기준은 세 가지 관점에서의 속성을 기준으로 회사 조직 내 사람들의 성향을 묶어본 것이었다.  


아무래도 직장이라는 조직 특성상, 내가 생각한 분류의 기준이 되는 관점은 '1) 일을 하는지',  '2) 성과를 내는지',  그리고 '3) 책임을 지는지'의 3가지 기준을 생각했다. 


세 가지 관점으로 구분하니 2의 3승 즉, 8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구분되었다. 


①   스스로 일하고 성과를 내면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

②   스스로 일하고 성과를 내지만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

③   스스로 일하고 성과를 내지 않으면서 결과에는 책임을 지는 사람

④   스스로 일하고 성과를 내지 않으면서 결과에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

⑤   남이 일하게 하며 성과를 내면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

⑥   남이 일하게 하며 성과를 내지만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

⑦   남이 일하게 하며 성과를 내지 않으면서 결과에는 책임을 지는 사람

⑧   남이 일하게 하며 성과를 내지 않으면서 결과에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 

(조직에서의 성과는 진짜 의미 있는 성과인지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성과를 내느냐 못 내느냐' 말고, '성과를 주장하느냐 주장하지 않느냐'로도 볼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가장 바람직한 유형을 공통적으로 ①의 유형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반면 가장 조직에 해악이 되는 유형을 꼽으라면 어느 유형을 고를지 의견이 좀 나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장 바람직한 유형과 정반대인 ⑧번 유형을 고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그보다 훨씬 더 문제가 되는 유형도 존재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함께 어울려 일하는 조직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유형인 ②, ④, ⑥, ⑧의 유형은 다른 어떤 점이 훌륭해도 책임 방기라는 그 자체로 함께 일하기 싫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⑥번의 유형처럼 일은 남에게 미루면서 성과는 본인이 주장한다면 더욱더 같이 일하기 싫은 동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회사 내 조직 간 성과를 다투는 과정의 사람들 중에는 ⑥번 유형의 사람들이 더 쉽게 눈에 보인다.

일은 다른 사람 다른 조직에 미뤄서 시키고 공은 자기가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일을 더 잘하는 것으로 인식되니 말이다.  


MBTI (Myers Briggs Type Indicator)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성격유형을 구분하기에 적합한 지표이겠지만, 특정한 조직 내에서라면 사람들의 성격 유형을 구분하기에 적합한 분류 관점은 보다 더 효과적인 관점도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아이디어만 있지만 앞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표를 좀 더 과학적으로 개발해보고 싶기도 하다.

대상자 본인과 관찰자를 대상으로 잘 구조화된 설문을 통해 성격 유형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이름은 CWTI라고 지어야겠다.

Company Worker Type Indicator 그리고 C.W는 우연히 내 이름의 약자와도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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