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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추억의 단상

by 랜덤초이 Mar 06. 2025

작년('24년) 초 언론을 통해 꽤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23년 영업이익이 SONY(日)에 추월당했다는 기사였다.


이는 1999년 이후 24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로 소개되었고 

그 배경과 의미를 분석하는 기사들도 이어졌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SONY가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를 수도 있을 듯싶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Playstaion(콘솔게임 기기), apha(DSLR 카메라) 또는 스파이더맨 판권을 가진 영화사 정도로만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손흥민의 애칭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 지도...)


지금 떠오르는 브랜드 이미지와 달리, 

1980년대 전후 SONY의 최전성기를 경험한 세대에게 SONY는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혁신적인 제품 경쟁력을 보여준 회사로 기억된다.


특히 개인용 휴대형 전자기기 영역에서 보여준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세계 최초(?)로 출시한 포터블 음향 기기 Walkman, 휴대용 영상 촬영 기기 Handycam, (당시로서는) 초경량 노트북 Vaio 시리즈 등, SONY가 보여준 초경량 소형화의 기술력과 혁신성은 지금의 애플에 못지않은 충성고객을 만들어낸 바 있다.


그러나 지금 SONY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SONY는 과거와 비교해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에 가까울 정도다.

이미 전자기기 제조 영역의 비중은 크게 줄고 콘텐츠 영역의 매출 비중이 60% 이상이라고 알려진다.


삼성은 2000년대에 들어서며 메모리반도체와 휴대폰 분야의 성공을 바탕으로 SONY를 넘어섰지만, 지금은 다시 SONY를 배워 사업구조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나는 Walkman을 갖고 싶어 하던 중고등학생 시절 SONY 제품에 대해 관심과 동경을 가진 이래로 상당 기간 SONY 제품에 대해 맹목적인 애정을 가져왔다.


SONY의 창의적인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얼리어답터로서 선도적 소비를 해왔고 

그러다가 일본 출장길에 일부러 요도바시 카메라를 찾아 당시 가지고 싶은 SONY 제품을 산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Palm OS 기반의 PDA T600이었다.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는 1990년대 말 경 Handheld PC라고도 불리며, 여러 제조사에서 경쟁적으로 출시했었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경우는 많지 않았다.


SONY PDA의 경우 특유의 만듦새를 바탕으로 브랜드 팬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어찌 보면 지금의 스마트폰과 상당히 유사한 폼팩터를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당시에는 시장의 성장이 뒤따르지 않아 결국 얼마 안 가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다.


후일 스티브잡스는 PDA의 폼팩터와 유사한 형태로 모바일 폰을 결합해 아이폰 혁명을 주도하였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SONY는 애플보다도 먼저 스마트폰 시대를 열 수 있는 위치까지 갔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 출장길에 구매해 온 T600의 OS는 다국어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엔 기기 이용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동호인 사이트에 가입해야 했고, 그 사이트가 바로 SONY PDA 브랜드명 Clie에서 출발한 동호인 사이트 클리앙(clien)이다.


지금 클리앙은 진보 성향의 정치색이 뚜렷한 사이트로 이름난 곳이지만 

내가 즐겨 찾던 2000년대 초의 클리앙은 다른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와 달리 회원 간 존중의 문화가 가장 발달된 곳이었다.


일례로 누군가 자신의 차나 시계를 자랑하는 사진을 동호회 게시판에 올린다면, 다른 사이트에선 자랑질을 비난하거나 빈정대는 글들도 자주 보였다면,

클리앙에선 서로의 자랑거리에 적당한 부러움의 표시와 따뜻한 인정의 인사가 오고 가는 점잖은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정치적 진영의 대립이 심화되어 왔고 어느새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는 특정 정치색이 분명해지는 과정을 겪어왔다. 


회색을 가만두지 않는 극단의 정치적 공격성이 특정한 사이트에 자리 잡으며 각 사이트들은 저마다 뚜렷한 정치색이 생겨버린 것이다,


아마도 지금의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은 정치색이 보이지 않던 과거의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을 듯하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은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늘 SONY에 앞섰던 것이 아닌 것처럼 

SONY가 애초부터 콘텐츠 기업은 아니었던 것처럼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들이 댓글과 추천 시스템의 영향 아래 타인에 대한 공격과 조롱의 언어로 가득한 것도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미 어느 정도의 정치적 성향이 두드러진 사이트(심지어 언론사들도...) 내에는 다른 의견이 끼어들 공간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가 허용되는 공간을 애써 찾게 되고

그렇게 끼리끼리, 유유상종으로 모여있게 되니 각자의 배타성은 더욱 커져만 가는가 보다.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가 한자리에 있을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과거엔 분명 달랐다.

타인의 의견이 맘에 들지 않아도 내버려 둘 여유가 있었고

내 의견에 죽자고 덤벼드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말려 줄 정도의 배려들도 있었다.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의 반등에 힘입어 작년엔 다시 삼성전자가 SONY의 영업이익을 따돌렸다고 한다.

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비즈니스 세계의 진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가 함께 모여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온라인 공간도 이제는 그랬으면 좋겠다.


어제는 네가 옳아도 오늘은 내가 옳을 수도 있고 

내가 틀렸지만 언젠가는 당신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런 가능성마저 닫아둔 채로 상대를 멸시하고 모욕하는 경쟁은 사라지면 좋겠다.

아니 사라져야만 한다.


꼭 그러면 좋겠다.     

우리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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