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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 Oct 23. 2023

일도 즐거워야 삶이 행복해질 것 같아서

그 어떤 시간도 행복하기 위하여


회사는 가기 싫은 것이고
일은 하기 싫은 것
책은 읽기 싫은 것이고
자기 계발은 지루한 것


 나는 왜인지 모르게 저런 생각을 하고 살았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저래야 할 것 같아 저런 상태를 스스로 세뇌시키며 살았다. 때문에 내가 재미있는 것이어도 자기 계발의 성향을 보이면 그때부터 흥미를 잃었다. 책과 외국 드라마도 그렇게 나에게 멀어져 갔다.


 누워서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고, 허튼 곳에 돈을 쓴다는 남의 말이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에서 나만 그렇지 않다는 안도감과 공감의 웃음을 줘서 그런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나를 자랑하며 살아왔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 나를 남을 위한 웃음 포인트로 살아왔다.




 그렇게 자라온 지금, 나는 입에 '집에 가고 싶어.'를 달고 사는 어른이 되었다. 아마 하기 싫은 걸 해도 결국 해내는 있는 나를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정말 부끄러운 짓인데 말이다.


 일이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이 동료들에게 웃음을 주니 그렇게 말하게 되고 점점 정말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느 순간 일은 정말 나에게 하기 싫고 출근길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점점 일이 적으로 느껴지고 인생은 재미없어진다.


 되짚어보면 누군가에잘것없 보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나의 현실이 부끄러웠던 것 같다. 나 스스로가 내 처지에 만족하지 못하니 남에게 나는 이렇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이 일을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하는 거야,
나는 이 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글도 쓰기 시작하고 이것저것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이 생기니 지금 나의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직장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 균형을 깨고 싶지 않아 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 며칠 정말 재밌게 일해보았다. 먼저 웃고 일을 찾아서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그러니 정말 일이 재밌어지고 출근길이 그렇게 싫어지지 않았다.


 물론 하기 싫은 일이야 당연히 생기고  모든 일을 다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굳이 싫어한다 세뇌하며 비하하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의 글을 쓴 지 1년이 지났다. 놀랍게도 나는 지금 출근길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설렐 때도 있다. 일주일간의 베트남 여행을 끝내고 입국 다음날 바로 새벽출근이어도, 할 일이 가득해도 오늘 난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해 일을 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퇴근해 상쾌한 낮잠도 잤다.


 출근길에 있는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저 수많은 차들 중에 어떻게 한 대도 나를 쳐주지 않을 수 있는지 의아해하고, 출근을 위해 몸을 일으키고 씻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음조차 버거워 울어버렸던 내가 어떻게 이런 행복한 출근길을 겪는 행운을 갖게 됐는지 아직도 놀랍다.


 요즘은 전기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물소리와 풀냄새, 햇살이 반겨주는 출근길이 설레서일까.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고 실수를 해도 도닥일 수 있는 아량을 나에게도 펼칠 수 있어서일까.



 날씨에 민감한 나는 가을이 지나고 추워지는 이 시기를 가장 무서워했다. 생일과 크리스마스가 연달아 있지만 행복하게 보낼 자신은 없어 불안하고 밖은 추워 우울하다 못해 괴로워하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고 살아야 하나 싶었다.


 행복의 깊이가 얕은 나는 사실 이번에도 겨울이 오는 게 무섭기도 하다. 불행했던 날들이 많았어서.


  그래도 조금은 단단한 방어막이 생긴 걸까. 지금 일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홀리데이 시즌이 되면 어느 매장을 가도 재즈풍의 캐럴이 흘러나온다. 우울이 깊었던 시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그렇게라도 즐기고 싶어 이 프랜차이즈에 입사를 했었다. 이제는 그 캐럴이 흘러나올 것을 생각하면 겨울이 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추운 날씨에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는 풍경의 출근길은 없겠지만 반짝이는 거리가 있을 테다. 그렇게 불행하지많은 않은 출근길일테다.


 이렇게 행복한 하루하루가 쌓이면 나이테가 생길 테다. 그 나이테가 자잘해지기 전까진 불안한 것이 당연하니, 그럴 수 있으니 받아들이고 행복의 나이테가 깊어질 때까지 행복을 기록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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