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의 한가운데서 사랑을 외치다
얼굴 근육은 평소 어떤 표정을 짓는지에 따라 특정 부위가 발달한다. 자주 찡그리면 미간에 팔자 주름이 생기고, 자주 웃으면 눈가와 입가에 웃음 주름이 생긴다.
몸의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헬스를 하는 것처럼 얼굴 근육을 위하여도 좋은 표정 짓기 연습을 해서 좋은 근육을 발달시켜야 한다.
마음도 그렇다.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하기를 연습하다 보면 마음에도 근육이 생긴다. 나쁜 일이 생겨도 좋은 마음의 근육이 많이 있으면 그 힘으로 쉽게 이겨낼 수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 근육도 연습을 해야 생긴다. 오랫동안 사랑 연습을 하지 않으면 사랑 근육이 점점 소실된다. 작은 바람에도 금세 휘청거리며 흔들린다. 세상의 그늘만 바라보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우울해지고 자존심이 낮아지고 삶이 점점 어둡고 무거워진다.
사랑 근육을 발달시키면 힘들고 어두운 일들도 쉽게 극복할 힘이 생긴다. 헬스를 하듯 사랑의 근육을 발달시키는 일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덕질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로 '사랑해!'이다. 살면서 이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눈치 보지 않고 남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말은 힘이 세다. 말은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은 몸을 움직이게 한다.
'사랑해!'라는 말을 하면 마음이 잘 부푼 밀가루 반죽처럼 따뜻하고 달콤하고 몽글몽글해진다. 몸은 사랑해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어서 애를 쓴다. 몸과 마음을 함께 변화시키는 말이 '사랑해!'이다.
우리는 표현하는 일에 참 인색하다. 특히 나는 더더욱 그랬다. 관심 있고 좋아하면서도 표현을 못하거나 퉁명스럽고 이상하게 표현하곤 한다. 정확히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 익숙지 않다.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감정 중에서도 가장 상위 등급이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사랑해!'를 말이나 표현을 통해 제대로 해내는 일은 마치 큰 시험을 통과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해!'를 외치며 사랑을 마구 뿌리는, 너무나 사랑하는 그가 나타났다! 그는 엄청나게 많이 자주 항상 팬들에게 '사랑해!'를 외친다. 사랑의 표현을 거침없이 남발(?)한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팬들은 그를 하트 장인이라고 부른다. 그는 손가락 하트, 손하트, 팔 하트, 날리는 키스... 를 팬들에게 발사한다.
팬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말로, 그리고 마음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나타난다. 팬들도 그를 향해 사랑해! 를 외치며 덕질에 뛰어든다. '사랑해!'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콘서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 사랑은 특별하다고. 가족이나 친구를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나를 변화시키는 사랑이라고... 그 말에 팬들 역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우리도 그렇기 때문이다.
덕질은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변화는 나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나도, 너도, 그도... 우리는 함께 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삶에서 생각에서 마음과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더 멋지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그동안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갇혀 있던 눈이 열리게 된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한두 명이 아닌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라니...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당한 것이라고... 덕질 역시 그렇다. 내가 덕질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덕질이 나를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그가 나타났을 때 내가 덕질에 선택당할 알맞은 상태가 되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일이 운명처럼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시점에 하나라도 어긋나면 안 된다. 그날의 날씨, 온도, 습도, 기분, 건강, 마음, 몸, 호르몬, 그날 먹은 음식, 그날 잠을 잔 시간... 그 모든 것이 알맞게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사랑의 감정 역시 그렇다. 덕질 역시 그렇다. 아마도 그때의 내가 그 순간의 내가 덕질을 하기에 알맞게 준비되어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코로나에게 문득 감사하고 싶어 진다) 불교에서도 인연을 만나는 일이 어렵고 확률적으로 희박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나. 그 인연처럼 운명적으로 덕질이 시작된 것이다.
덕질을 시작하면서, 사랑을 외치면서 달라진 변화 중 하나라면 내가 쓰는 이야기 안에 나도 모르게 사랑의 감정이 스며든다는 점이다. 말랑말랑하고 간질간질한 로맨스가 끼어든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를 떠올리고 그의 모습이 어떤 캐릭터로 나타난다.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길쭉한 팔 다리,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 꼭 잡은 손... 그 이름은... 속으로 킥킥대면서 나는 모든 이야기 안에 그를 그린다. 이야기를 만들면서 그를 그리워한다.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그를 만난다.
아마도 앞으로 내가 쓰는 이야기 구석구석에는 항상 그가 들어가게 될 것 같다. 말랑하고 따뜻하고 달콤한 사랑이, 아찔하고 애틋한 그리움이 들어가게 될 것 같다.
오늘도 덕질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다. 이 세계에서는 사랑이 넘쳐난다. 사랑해!라는 말은 아무리 해도 넘치지 않는다. 눈치를 볼 일도 없고, 참을 필요도 없다. 덕질의 세계는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사랑을 외칠 수 있는 세계이다.
사랑의 근육이 불룩불룩 생겨나는 게 느껴진다. 이 힘으로 남은 생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