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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Mar 18. 2022

반짝반짝

별이 빛나는 눈

거울을 볼 때 나는 내 눈을 바라본다. 눈동자를, 눈동자 안에 담긴 눈빛을 응시한다.

어릴 적 나는 눈빛이 탁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누런 흰자위와 빛을 잃은 눈동자를 가진 어른을 볼 때면 그런 어른이 될까 봐 무서웠다. 그런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나이가 들어도 푸른빛이 남아 있는 눈을 갖고 싶었다. 언제나 반짝이는 맑은 눈빛을 잃지 않는 사람이길 바랐다.


나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매일 내 눈을 바라본다. 그 빛들이 얼마만큼 사라져 가고 있는지, 남아 있는 빛은 얼마나 되는지 거울을 볼 때마다 살핀다.


처음 양준일을 보거나 만났을 때 다들 가장 놀라는 것은 바로 그의 눈빛이다. 그는 어른이고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반짝이는 눈빛을 갖고 있다. 양준일의 놀랄 만큼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는 일은 너무나도 즐겁다. 팬들은 별이 박힌 눈, 우주 같은 눈, 별빛이 반짝이는 눈, 별 눈, 다이아몬드 같은 눈, 보석 같은 눈동자...라고 부른다. 그는 어른이고, 나이가 들었지만 반짝이는 눈빛을 잃지 않고 있다.


첫 번째 팬미팅 콘서트장에서 사회자가 물은 적이 있다. 어째서 그렇게 눈빛이 반짝거리냐고. 그러자 그는 말했다. 눈물을 참고 있어서일 거라고. 그 말을 들은 팬들은 모두 울컥했다. 슬픔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어떤 아름다움 보다도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그는 말한다. 반짝이는 이유는 상대방의 깊은 곳을 바라보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20대 초반 가수 생활을 할 때 그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의 미국식 독특한 패션과 노래와 외모를 당시 우리나라에서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사회적으로는 오렌지족이라 하면서 외국의 유행을 따라 하고 외국 사고방식을 따르는 자유분방하고 부유한 교포 젊은이들을 배척했었다. 아마도 그 역시 그런 부류로 취급받았던 것 같다.


더구나 음반을 두 장이나 냈지만 성공하지 못한 가수였기에 더욱 위축되었을 것이다. 그는 거리를 지나다가 자신을 알아보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얼굴을 숙이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리고 눈을 통해 그 사람의 깊은 곳에 있는 영혼을 응시한다. 그래서 그의 눈빛은 그처럼 깊고 강하게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첫 번째 책 '메이비'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의 꿈은 사람들의 영혼을 만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의 취미는 '진리를 찾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종종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외모적으로, 피지컬적으로 아름다움을 지녔던 사람이기에 어쩌면 더 내면이나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외적인 젊음과 아름다움은 마치 활짝 핀 꽃이 지듯이 곧 사라진다. 아마도 그는 그런 변화에 대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느꼈을 것이고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 변치 않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을 것이다.


누구나 그 안에는 무한한 밝음과 빛이 존재한다. 가려져 있고, 덮여 있고, 숨겨져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일 뿐. 그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은 눈이다. 그래서 눈을 응시하는 일은 그 사람의 내면을 마주하는 일이고, 그 사람의 깊은 곳에 들어있는 빛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양준일의 눈빛 덕분에 요즘 눈을 응시하는 일에 대해서,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조용히, 가만히, 천천히, 집중하여,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눈을 깊게 응시해 보자. 그 안에 담긴 영혼을, 그 영혼이 내뿜는 빛을 바라보자. 아무리 숨기려 해도, 아무리 감추려 해도 새어 나오는 빛은 가릴 수 없을 것이다. 그 빛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과 연결되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그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는 나의 눈을 바라본다. 그로 인하여 나를 사랑하고 나를 존중하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내 영혼의 창을 더 자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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