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무드라를 입으면 나도 이효리처럼 될까

요가복에 미치다

by 라샐리



모든지 장비빨이지

뭐 하나를 시작하면 장비부터 제대로 준비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요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도 뭘 살지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요가복부터 매트, 타월, 리커버링, 블랙롤까지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잠시 골프를 했을 때도 채를 잡는 방법을 알기도 전에 골프채부터 골프가방, 신발, 옷까지 만만의 준비를 한 전적이 있다. 그 당시 골프옷 하나에도 2-3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후덜덜했었다. 그 기억으로 요가복 쇼핑을 하면 뭔가 거저 사는 기분이라 충동 구매하기가 쉽다. 그래도 명색의 요가하는 사람인데 과소비라니… 뭔가 찜찜하다.



요가복 라벨 집착현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 브랜드는 정말 각양각색이고 여기 나름에도 급이 나뉜다. 처음에 매트는 가네샤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비기너용이었고 룰루레몬이 좋대서 큰 마음 먹고 샀더니 이제 또 도마뱀이 그려진 만두카가 요가매트의 에르메스라고 해서 고민도 없이 사버렸다. 벌써 요기니가 된 기분이다. 이제부터 수련만 열심히 하면 된다. 요가복도 가격대 2-3만 원대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4-5만 원대, 점점 10-20만 원 훌쩍 넘는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요가원에서 사람들의 요가복을 관찰하게 되었다. 내적인 것을 키우는 요가라지만 외적인 것에만 눈길이 가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브랜드를 입느냐에 따라 그들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가 상, 하의로 룰루레몬을 입고 있으면 왠지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내 바지를 내려다 보면 나도 룰루레몬이었다. 흠칫, 그럼 나도 그런 사람인 걸까? 안다르를 입은 사람을 보면 어쩐지 뭔가 삶이 단조로울 것 같다. 무브웜을 입은 사람은 편안함을 추구하되 힙함을 잃고 싶지 않은 사람. 이런 식이다. 나는 요가수련을 하면서 사람들이 입은 요가복 라벨을 관찰한다. 어쩔 수 없이 여기가 한국이고, 난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그런 걸까. 괜히 우리나라만의 사회적인 시선에 대한 집착을 비판해 본다.



부디무드라에 빠지다

그 습관은 인스타까지 이어진다. 아름다운 배경에서 아사나를 하는 요가 인플루언서들이 입은 요가복의 라벨도 유심히 살펴본다. 거의 모두 하얀색 라벨에 빨간색 원 안에 새겨진 손가락 세 개가 그려져 있다. 또 요가원에 아사나를 깊게 하시는 요가 선생님 옷 라벨도 똑같았다. 뭔가 요기니들만 입는 옷인 것 같아서 해당 브랜드를 찾아봤다. 부디무드라? 나도 하나 장만하고 싶어 쇼핑몰을 기웃거린다. 희한하게도 요기니들이 입은 모습은 정말 예쁜데 내가 소화하기엔 어려울 것 같아 선뜻 땡기지가 않았다. 가격대도 그닥 저렴하진 않았다. 장바구니에 담고 그다음 날 삭제, 계속 주저하게 되었다. 요기니가 되고 싶은 마음과 현실의 내 체형 & 아사나 실력 사이의 괴리감.


그러다 요가 매거진 [아요가]와 부디무드라가 합작해서 찍은 이효리 화보를 보게 되었다. 갑자기 조바심이 난다. 품절 나는 거 아니야? 이건 당장 입어야겠다는 욕구가 내 마음 속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이래서 다들 연예인들 광고 쓰나 보다. 마침 또 성수점 오픈이라 하는데 이벤트로 30만 원 이상 구매 시 에코백 (이것도 이효리가 들고 있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준다고 해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30만 원을 3만 원 인양 2번을 긁고 에코백 2개를 받았다. 이걸 입는다고 이효리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마음만은 정말 그런 환상을 주는 아이러니함. 그래도 그 세 손가락이 그려진 빨간 마크가 샤넬이 박힌 것 마냥 그걸 입고 있으면 우쭐해진다. 그럼 부디무드라를 입는 사람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진짜 오래 수련한 트렌디한 요기니? 지극히 주관적인 사고가 들어간 의견이다.




요가복 과소비에 대한 정당성 찾기

요가하면 더 절제하고, 미니멀해져야 하는데 자꾸 플렉스 하는 모습이 과연 맞는 걸까? 하고 내적 갈등이 심해진다. 자꾸 컬러별로 요가복을 옷걸이에 걸 때마다 뿌듯하다. 뭔가 컬러테러피 같다. 컬러로 나를 표현하고 그 컬러의 조합이 나만의 에너지로 발산한다. 요가하다가 거울 속에 비춘 나의 모습을 보고 자존감도 올라가고 그게 또 나만의 브랜딩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 내가 끌리고 잘 어울리는 컬러라 치유가 되는 기분이다. 또 요새는 일상복 같은 요가복이라서 회사에 입고 갈 수 있어서 양심의 가책이 조금 줄어든다. 계속 날라오는 택배에 대해 나에 대한 투자라고 남편에게 거듭 강조한다.


그러다 우연히 좋아하는 밀라논나님 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예전부터 밀라논나님처럼 오래된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닮고 싶었다. 요가 수련 중이면서도 마음먹은 것과 달리 지금은 완전 정반대로 가는 소비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걸까? 그렇지만 나도 밀라논나 선생님처럼 옷을 3-40년간 입을 수 있으려면 지금 제대로 된 좋은 것을 사놓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그래 지금 잘하고 있어. 요가복이라 3-40년은 어려울 수 있으니 10-20년 꼭 입자! 이런 식으로 정당성을 찾아서 나를 다독인다.



오늘 급 추가된 정당성 하나

부디무드라 폭풍 구매 후 감각 클래스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급 추가당첨되어서 오늘 아침에 려경요가의 려경님 x 배우 김지호 님의 수업에 다녀왔다. 과소비 후에 이런 혜택까지 받게 되다니, 내 소비에 후회가 없다. 수업과 북토크는 내가 요즘 마주하는 고민들을 그들도 다 똑같이 했다는 것에 공감 갔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에너지가 공명하는 시간들이었다. 뭔가 요가하는 사람들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이 느낌이 정말 좋구나! 평소 둘러싸인 사람들과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진짜 모두 다 같이 부디무드라 옷을 입고 부디무드라 가게에서 몸을 움직이는데 기분이 묘했다. 하나가 된 느낌이랄까. 이런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준 부디무드라가 더 좋아졌다. 이게 바로 브랜딩 경험이겠지. 언젠가 이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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