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도 머리서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

요가 2년 차의 좌절과 고민

by 라샐리




나 진짜 몸치인가


어느새 ‘몸치’라는 꼬리표가 갑자기 내 이름 앞에 붙어 있었다. 테니스를 처음 할 때도 뛰면서 공을 치는 리듬이 엇박자라 스텝이 꼬였고, 골프를 할 때도 골반과 팔이 따로 놀아 헛스윙을 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벙찐 표정을 한다. “이거 실력 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리겠는데요?”라는 말과 함께. 생각해 보니 내가 막춤을 출 때도 주변사람들이 배꼽 잡고 웃었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찾아간 헬스장에서 조차 마찬가지였다. 렛 풀다운을 배울 때 PT쌤은 “등 근육을 조여 보세요”라고 했지만 내 등에서 근육이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엉덩이였다. 엉덩이에 근육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엉덩이 근육상실증이었다. 그래서 맨날 엉덩이로 살이 쪘나 보다. 앞에 열거한 운동은 3-4개월 정도 했나? 꾸준히 하고 싶어도 너무 못하니까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운동과 등지고 살다가 번아웃과 함께 운명처럼 시작하게 된 요가. 요가할 때 나는 생각보다 유연했고, 버티기도 잘해서 진짜 요가만큼은 정말 잘하는 줄 알았다. 드디어 내게 맞는 운동을 찾았다고 안도했다. 수련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위 어렵다는 아사나인 시르사아사나, 바카사나를 하기 시도하자마자 몸치라는 것이 방해가 되었다. 그렇게 매일 수련을 했는데도 왜 아직도 등 근육이 안 생긴 걸까? 자꾸 날개뼈를 엉덩이 쪽으로 끌어내리라는데 이게 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근육아 제발 깨어나라… 도대체 몸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뭘까.




나만 못하는 걸까?


어느덧 머리서기는 공포의 아사나가 되었다. “이제 시르사아사나를 할 차례예요”라는 말을 듣자마자 한숨부터 나왔다. 요가 선생님은 늘 말했다. “샐리님은 곧 되실 거예요. 다른 아사나 할 때 보면 알아요”
하지만 나는 선생님의 말도, 내 몸도 믿지 못한다. 진짜 어떤 근육을 어떻게 써야 할까… 날개뼈를 엉덩이 쪽으로 내리란다. 아니 거꾸로 있는데 어떻게 날개뼈를 위로 끌어올리지? 자꾸 목으로 온 체중이 다 실린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요가원에 등록한 도반이 1~2달 만에 머리서기를 해버렸다. 그럴수록 마음이 초조해진다. 난 진짜 몸치라서 머리서기도 안 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벌써 안정적으로 거꾸로 서 있는데, 나는 아직도 바닥에 그냥 머리를 처박고 있다. 혹시 체형 때문일까? 갑자기 내 몸을 탓한다. 내 체형은 타고난 하체비만이다. 아까 말했듯이 엉덩이 근육상실증이라서 상체는 마르고, 하체에만 살이 찐다. 이 무거운 하체를 거꾸로 위로 올리려고 하니 이 상체가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가 머리서기를 못하는 이유를 몸치 말고 하나 더 찾았다.



나만 못하는 게 아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읽은 박상아 작가의 <아무튼, 요가> 라는 에세이를 읽다가 머리서기 내용에서 무릎을 탁 쳤다. ‘헉 나만 못하는 게 아니구나!‘ 이 이야기가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저자는 2년 동안 미국에서 비크람 요가를 하고 RYT를 따고 강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련 중에 옆에 있던 한국 할머니가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았다. 그렇게 머리서기를 시도를 하는데 계속 실패해서 좌절했다. 그러다가 술을 끊은 지 꽤 되었는데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맥주 한 잔 마셨더니 취기가 올랐단다. 그리고 집에 와서 술김에 당연히 안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머리서기를 시도했더니 갑자기 두둥실… 성공! 마음의 힘을 빼니까 몸도 가볍게 오른 것이다. 나는 아직도 시작도 하기 전에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그래서 머리에 온 무게가 다 짓눌러서 아등바등하나 보다.


요가를 한 지 1년밖에 안 되셨다는 할머니가 그렇게 어려운 자세를 하는 걸 보니 한창 젊은 사람이 시도도 해보지 않고 ‘그렇게 물구나무서고 하는 건 난 못하는 거야.’ 그냥 한낱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멍했다. 지금껏 내가 요가뿐만 아니라 무엇에든 그렇게 안 보이는 선, 한계를 미리 정해놓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회의가 들었다.
<아무튼 요가> 박상아



결국, 몸보다 마음이 문제였다


TTC 수업 중에 근막을 배우면서 알게 된 단어, 텐서그리티. 요가는 힘이 아니라 탄성의 분산, 손목이 아니라 중심으로 버티는 운동이란다. 문제는 손목이 아니라 코어의 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카사나할 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이런 이미지가 맴돈다 “이 가느다란 손목으로 내 큰 엉덩이를 받치면 손목이 꺾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선생님은 “손목 각도도 좋고, 업독 잘 되시는 거 보면 충분히 가능해요. 지금 코어에 힘이 부족해서 그래요”라고 말씀하신다. 이제 코어의 힘까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있는 힘껏 복부를 안쪽으로 끌어당기고 시도한다. 동시에 머릿속에는 손목이 끊어지는 장면이 눈앞에서 슬로모션처럼 펼쳐진다. 아찔하다. 상상은 이미 내 아사나를 막고 있다.


지난주에 들었던 부디무드라 클래스에서 나는 요가 강사 려경님과 배우 김지호님께 아직도 머리서기가 안되는데 두 분의 머리서기 성공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두 분은 민망하게 웃으시면서 “이거 들으시면 실망하실텐데… 사실 저희는 요가를 얼마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바로 성공했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원래 요가하기 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몸을 쓸 줄 알아서 가능한 이야기라고 하셨다. (좌절) 그러면서 여러 해 요가를 가르치면서 파악한 2가지 유형의 수련자들이 있다고 하셨다.


* 몸은 준비됐는데, 마음이 막는 사람

* 마음은 열렸는데, 몸이 아직 안 되는 사람


”혹시 샐리님은 전자가 아닐까요? 몸은 그럭저럭 될 수 있는데, 마음이 자꾸 막는 것 같아요. 재밌는 것은 후자이신 분들이 아사나 진도는 빠르더라고요. 마음을 비우세요!” 결국 나의 두려운 마음이 문제였던 것일까. 거꾸로 서기도 전에 목이 부러지는 상상이 머릿속에 가득 차고 내 체중에 대한 자책까지 더해져 내 몸을 멈추게 하는 것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 이제부터 쓸데없는 두려운 상상을 멈추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야한다. 아직도 희망은 보이지 않지만 꾸준히 수련 중이기에 언젠가는 될거라는 마음으로 아사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그럼 조만간 머리서기 성공기를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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