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티칭 수업에서 일어난 일
세 번째 수업이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수업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준비한 만큼은 해냈다. 말을 더듬지도 않았고, 수업을 하다보니 어느새 1시간이 지나있었다. 수업이 끝났을 때의 그 시원한 해방감, “오,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하는 안도감도 들었고, ‘다음엔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겼다.
그런데 세 번째 수업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왔다.
회사에서 일하던 오후, 요가원 원장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생님이 천골이 다치셔서 내일 수업이 어려울 것 같아요. 대타 가능하세요?”
그 순간, 설렘과 당황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고 싶은 마음 반, 솔직히 피하고 싶은 마음 반.
왜냐하면, 3월부터 쉴 틈 없이 달려왔고, 마침 2주간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머릿속에는 이미 ‘드디어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쉴 수 있겠구나’ 하는 부푼 마음이었다. 그런데 문자 한 통으로 그 희망이 다 무너져 내렸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내일이라면, 전에 했던 수업을 그대로 써야 할 텐데…
“네, 했던 걸로 하면 되겠죠?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답장을 보내고, 바로 머릿속은 풀가동 상태가 되었다.
전에 했던 수업의 일부를 가져오면 편했지만, 이미 수업에 들어온 회원이 또 올 수도 있기에 시퀀스를 일부 변형했다. 두 가지 수업 흐름을 합쳐 ‘비슷하지만 다른’ 시퀀스를 만들었다. 명상과 오프닝 멘트도 살짝 변형해 벼락치기하듯 준비했다.
‘이미 해본 거니까 괜찮겠지.’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티칭 당일날, 퇴근 후 TTC 동기 선생님의 첫 저녁 수업을 응원하러 갔다.
그 수업을 듣고 나면 내 수업까지 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쉬는 시간엔 다른 동기와 수다를 나누고, 남은 30분 정도는 시퀀스를 복기했다.
수업 시간. 회원들은 몇 명 되지 않았고, 대부분이 힐링 테라피 수업을 선호하는, 마르고 조용한 분들이었다. 게다가 밤 9시 수업이라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되다보니 덩달아 나 역시 에너지가 다운되고 있었다.
그때—
원장님이 내 수업을 듣겠다며 뒷자리에서 매트를 깔았다.
쿵. 심장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내가 하는 멘트나 지도에 대해서 평가하시겠다는 마음이 커서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멘트가 틀리면 어떡하지?'
'저 표정은 왜 저렇지?'
'왜 반응이 없지?'
잡념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긴장이 목을 조르듯 올라왔다.
큐잉은 줄었고, 숨은 거칠어졌다. 들키지 않으려 말을 줄였더니, 수업의 흐름도 끊어졌다. 내 목소리는 힘을 잃었고, 에너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1시간이 지났다. 수업이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긴장이 풀렸다. 갑자기 말이 술술 나오고, 몸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러자 갑자기 찝찝함이 확 몰려왔다.
'이번 수업 망했구나...!'
얼굴 들기가 너무 창피했다.
'다들 너무 조용해서 나까지 다운된 거야.'
나는 긴장시키게 한 원장님을 비롯하여 회원들, 어두운 밤시간대를 탓했다.
그렇게 속으로 변명하며 내 의기소침해진 마음을 달랬다.
'나는 정말 외부 에너지 영향을 많이 받는구나.'
왜 그럴까 하루종일 나를 자책하기 바빴다.
이제 과연 내가 다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처음부터 잘하냐고 핀잔을 준다.
이 요동치는 마음과 확 떨어지는 자존감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웠다
내가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나?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다.
이 또한 과정이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독여 보지만, 쉽게 납득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세바퀴’ 강연에서 한석준 아나운서의 에피소드를 들었다.
2010년, 방송에서 잘나가던 그에게 후배가 생겼는데, 그 후배는 매일 실수해 다른 선배들에게 자주 혼나곤 했다. 그래서 그가 걱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그 후배와 함께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고, 방송국에서는 분당 시청률을 체크했다. 놀랍게도 우려했던 그 후배가 말할 때는 시청률이 오르고, 본인이 말할 때는 내려갔다. 이유가 궁금해 그 후배를 관찰해보니, 그는 누가 뭐라 하든 자기답게 말하려고 계속 시도했고, 까이고 깨져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말하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갔다.
결국 말의 빈도가 중요하다. 말도 많이 해봐야 늘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 말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잘하게 된다. 그 후배가 바로, 연예대상을 두 번이나 받은 전현무였다.
그 말을 듣고 띵~ 했다.
요가 수업 한번 망쳤다고 세상 무너진듯 좌절하고 요가 강사 포기하려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처음부터는 잘 할 수 없다. 계속 부딪히고 도전하다 보면 나도 나만의 스타일로 요가를 진심으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겠지?
또 우연히 팟캐스트를 듣다가 알게 된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요가 티칭 철학이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아래 5개 요소가 다 나에게 필요한것들이었다. 아마 모든 요가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덕목같은 것이겠지.
Abhyasa & Vairagya (Effort + Letting Go)
• Svadhyaya (Self-Study for Teachers)
• Dharma (Teaching with Purpose)
• Ahimsa (Self-Compassion in Teaching)
• Pratipaksha Bhavanam (Reframing Negative Thoughts)
1. Abhyasa & Vairagya (꾸준한 노력 + 내려놓음)
아비야사는 흔들리지 않는 꾸준한 수련과 노력,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실천을 의미한다. 바이라갸는 결과나 집착을 내려놓는 태도, 집착 없이 현재에 머무르는 마음을 뜻한다.
→ 요가 지도자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습하되, 결과에 대한 집착이나 완벽주의를 놓아주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이다. 요가 자격증을 땄다고 끝이 아니라 더 수련하고 정진해야한다. 그래서 요즘 계속 요가 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꾸준히 배우고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 Svadhyaya (교사를 위한 자기 공부)
스바이야야는 ‘자신을 연구한다’는 뜻으로, 요가 경전·철학 학습뿐 아니라 자기 성찰과 내면 관찰을 포함한다.
→ 지도자로서 자신의 장단점, 말투, 에너지, 수업 스타일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나를 잘 알아야 남을 도울 수 있다. 내 자신에 대해서 모르면서 남에게 어떤 것을 도와줄 수 있을까?
3. Dharma (목적 있는 가르침)
다르마는 ‘자신의 본래 길, 사명’을 뜻한다.
→ 단순히 동작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내가 왜 요가를 가르치는지, 어떤 가치와 목적을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내가 요가 아사나만 가르치는게 아니라 명상, 아로마, 싱잉볼 등을 함께 가져가고 싶은 마음을 들여다보면 전달하고 싶은 방향성을 잘 잡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4. Ahimsa (가르침에서의 자기 연민)
아힘사는 ‘비폭력’의 원리를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는 개념이다.
→ 지도자가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붙이거나 비난하지 않고, 실수나 부족함을 수용하며 부드럽게 대하는 자기 연민의 태도를 의미한다. 보통 남들에게는 무한히 친절하고 다정할 수 있지만 내 자신에게만은 엄격하기가 쉽다. 내가 못한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잘한 것에 초점을 맞춰 칭찬하는 연습부터 해야지.
5. Pratipaksha Bhavanam (부정적인 생각을 재구성하기)
프라티팍샤 바바남은 ‘반대되는 생각을 키운다’는 뜻으로, 부정적·비판적 생각이 올라올 때 의식적으로 긍정적이고 유익한 생각으로 전환하는 연습이다.
→ 예를 들면 “나는 아직 부족해” 라고 생각이 들때면 “나는 매일 성장하고 있다”로 전환하는 것이다. 나에게 세번째 수업이 그랬다. 하루종일 부정적인 상념에 빠져있어서 나를 자책하기 바빴다. 그럴수록 좋은 생각을 하고 끌어올려야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건 ‘내 에너지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초심이었다.
또 바가바드기타 5가지 티칭 이론을 마음 속에 잘 새긴다면, 앞으로 몇 번이고 흔들리고 넘어져도, 언젠가 나만의 요가 수업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오늘의 이 망한 수업마저, 나를 단단하게 만든 한 장면으로 웃으며 이야기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