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메뉴 개발자다 – 쯔란 마요 버거의 탄생

가장 보통의 레시피 - 소박한 식탁 위 발칙한 잡담들

by 웅숭깊은 라쌤

난 부모님의 첫째 아들이지만 사실 첫째 아들이 아니거나 아예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머니의 첫 자식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소멸하였다고 한다. 유산이었다. 아마 다시 아이를 가진 후 나라는 존재가 태어나기까지 어머니는 늘 마음 졸이며 10개월을 보내셨을 거다. 그렇게 난 삶을 얻었고, 대신 어머니는 나팔관이 막혀 더 이상의 임신이 불가하단 판정을 받으셨다.

동생이 태어나기까진 10개월이 아닌 10년이 걸렸다. 둘째를 포기했던 부부에게 우연히 찾아온 소중한 선물. 막혔던 관이 자연히 뚫려 부부는 생각지도 못한 둘째를 갖게 되었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첫째는 살아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에 휩싸였다. 내게, 동생이 생기다니!

마치 자식의 생애처럼, 열 살 터울 동생의 모든 삶은 온전히 내 기억에 남아있다. 장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영상화되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안엔 언제나 기쁨이 가득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항상 아이일 것만 같던 동생은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어른이 되었고, 주말 저녁엔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목요일 혹은 금요일이 되면 무뚝뚝한 카톡이 요란하게 울린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

‘그럼 이거 어때?’


여기서 ‘이거’에 해당되는 메뉴는 늘 새롭다. 뻔하지 않고, 화려하다. 부타노 가쿠니, 발사믹 치킨 스테이크, 크림 뇨끼, 야끼소바 등등.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고 음식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오래 쌓인 녀석은 주말마다 형의 배때기에 기름기를 가득가득 채워주곤 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메뉴 중 나의 ‘최애’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건 바로 쯔란 마요 버거. 모닝빵을 미니번으로 하여 소고기 패티와 쯔란을 활용한 특제 소스를 발라 만든 초특급 수제 버거. 평소 버거를 즐기지 않는 어머니는 물론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시는 이 여사께서도 극찬하신 그야말로 명품 메뉴다. 참고로 여사님은 어머니의 어머니의 막내딸이다. 그러니까 막내 이모.


소고기 다짐육을 동네 마트에서 ―반드시 형 카드로― 구입한다. 내 카드로 살 땐 좋은 고기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70g씩 소분하여 패티를 만들고 태우듯 바싹하게 구워내기. 물론 이건 동생 역할이다. 그러는 동안 형은 ―동생이 반으로 갈라 놓은― 모닝빵 안쪽을 살짝 구워낸다. 이 작업들이 완성되면 동생은 모닝빵-소스-야채-패티-치즈-소스-모닝빵 순으로 버거를 완성한다. 형은 뭐하냐고? 맥주를 세팅해야죠!

여기서 핵심은 소스라 할 수 있다. 양꼬치 시즈닝으로 잘 알려진 쯔란과 마요네즈를 1:2 비율로 섞어 만든 존재감이 확실한 소스. 첫맛을 결코 잊지 못한다. 강렬하게 퍼지는 고기 육즙과 절묘하게 뒤섞인 쯔란의 매콤함이 맛의 밸런스를 완벽히 갖춰주며 결국 형은 버거 하나에 맥주 두 캔 순삭.


새로운 맛을 선사하는 소스의 비밀은 동생의 치밀하고도 치열한 연구 끝에 완성되었다. 여러 재료의 조합을 위해 늘 메모하고 기록하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습관이 동생에게 배어있다. 해군 행정병 출신인 녀석은 특정 레시피를 마치 군대 상관에게 제출하기라도 할 양으로 보고서 형식에 맞게 제작하여 정리한다. 요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탈리안 퓨전 레스토랑의 오랜 경력을 소유한 사장님이 신메뉴를 개발할 때마다 늘 동생의 조언을 구하는 것만 봐도 동생의 뛰어난 메뉴 개발 능력을 알 수 있다.

동생은 늘 완벽을 추구하는데, 늘 완벽하다. 그저 요리에만 국한된 완벽이 아니다. 자신의 본업인 음악 생활에 있어서도, 사람에 있어서도, 그러니까 결국 삶에 있어 순간마다 최선을 다한다. 형만 한 아우가 없다는데 아, 여기 있었다! 아마 녀석은 대성할 것이다. 성공하면 뭐 사준다고 했더라.


지구인은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배우고 익히며 애써야만 한다. 그리고 그 배움은, 어디에서나 올 수 있다. 반드시 배움이 위에서만 내려오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린 알아야 하며 반대로, 나의 언행과 마음가짐이 누군가에겐 배움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대학생 시절 성당에서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 알게 된 ‘교사의 기도’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하소서.’


오늘도 학교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학생을 마주하며 나는 가르치면서 배우게 해달라는 진심 어린 기도문을 읊조린다. 버거 하나를 씹어 삼킬 때마다 함께 스며드는 다짐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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