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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Jan 12. 2022

시공사 선정 2

건축소설: 내 집을 지어보고 싶습니다 # 11


낙수장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대표작 중 하나.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숲 속에 위치한 전원주택이다. 말 그대로 폭포 위에 떠 있는 주택으로, 건축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는 컨셉을 가장 극적으로 구현한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폭포 위에 건물을 띄운다는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거대한 켄틸레버(외팔보)가 도입되었는데, 구조적인 부담 때문에 휘어지고 크랙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침실에 누우면 물소리가 너무 커서 주말주택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전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며칠 뒤, 민영은 수경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석훈과 그가 소개한 시공사와의 미팅을 위해서다. 민영은 정말 이 시공사가 내키지 않았지만, 수경의 오빠가 소개한 회사라고 하니 만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 시공사 정말 느낌이 안 좋은데.. 주택을 해본 경험도 그다지 없고. 뭣보다도 사장님 태도가 영..’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경이 반갑게 민영을 맞았다.

“소장님, 어서 오세요. 이런 자리 만들어서 미안해요. 오빠가 워낙 강하게. 일단 만나라도 보자고 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대표님, 전 사실 이 시공사 그다지 내키지 않습니다. 해왔던 것들이 너무 규모도 크고, 저희 건물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사장님 태도도 솔직히 별롭니다.”



“저도 그래요. 일단 들어보고, 안 내키면 돌려보내려고 해요. 너무 걱정 말아요.”



회의실에서 조금 기다리니 석훈과 시공사 대표가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아, 여기가 설계하신 소장님이시구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전화할 땐 그렇게 난리 치고 노발대발하더니. 참 천연덕스럽다. 민영은 저런 것도 사업하는 능력이구나 싶다.



“이쪽이 저희 오빠예요. 저희 회사 양석훈 상무이사님.”



“안녕하세요. 대표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저희 수경이 집 설계하신다고..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가 끝나고 본격적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대표님, 저희 잘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주택은 정말 금방 다 올라갑니다. 저희 회사 규모 보시면요..”



시공사 대표는 회사의 이력이 소개된 자료를 꺼내 들고 장황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서울을 비롯해서 지방 곳곳에 제법 큰 규모의 쇼핑, 상가시설이 대부분이다. 민영은 ‘저걸 저 회사가 단독으로 다 했다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대표님, 이걸 전부 단독으로 하신 건 아니죠?”



“워낙 규모가 있으니까 다른 회사 조금씩 끼고 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메인은 저희가 꽉 잡고 가는 거니까요. 그런 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말끝마다 붙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라는 말이 오히려 걱정을 만드는 것을 저 대표는 모르는 것 같았다.



석훈이 말했다.



“수경아, 어때. 이 정도면 괜찮잖아. 그냥 맡기는 게 어때. 내 체면도 있고.”



“음.. 사실 난 그다지 내키지가 않는데.. 뭣보다 주택을 하신 경험이 너무 없잖아요.”



“하.. 주택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니에요. 제가 하던 거 100분에 1 정도밖에 안된다까요.”



한참을 이야기해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급기야 석훈이 수경을 불러서 밖으로 나간다.



“이 정도에서 잠깐 쉬었다 하시죠. 수경아, 잠깐 나 좀 보자.”



석훈은 복도 끝에 있는 베란다로 수경을 데리고 나갔다.



“수경아, 그냥 하지 그러냐. 몇 번을 말하니.”



“아무리 그래도 안 내키는 걸 어떡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시공사가 아냐.”



“내가 책임지면 되잖아. 지어 보다가 영 아니면 나한테 말해. 그동안에 들어간 시공비 내가 내줄 테니까. 그럼 되잖아. 그거 몇 푼 된다고 그래.”



“오빠, 쉽게 말하지 마. 이 정도면 몇 억 정도 들어가. 이것저것 해서 못해도 칠팔억은 될 거라구.”



“뭐야, 저 대표는 오억이면 된다고 했어. 그 정도면 충분하다던데. 너 다른 시공사에 칠팔억 주고 하려고 한 거야?”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괜히 잘못 맡겼다가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하게 된다구.”



“야, 그깟 오억 정도 내가 내 줄게. 저 대표가 공사 잘못하면 내가 내준다고. 원하면 각서라도 쓰면 되잖아. 이런데도 못한다고 하면 너 진짜...”



“오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저 친구가 저래 봬도 자기 지역에 아는 사람이 엄청 많아. 인맥이 빠방 하다고. 이럴 때 저런 사람이랑 잘 알아두면 얼마나 좋은데. 내가 생각하는 다른 프로젝트랑 크게 연관되어 있어. 너 회사 일 니가 다 한다고 이런 거까지 나 무시하는 거야? 오빠 체면도 생각해줘야지. 잘못되면 내가 돈 다 낸다니까. 책임지겠다고!”



수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석훈이 저렇게까지 우겨대는데 내 입장만 고수하다가는 싸움만 커질 것이다. 안 그래도 석훈은 회사에서 자리만 보존하고 있는 처지다. 실질적인 업무는 거의 하고 있지 않다. 그런 마당에 이런 일까지 자기 의견이 무시된다고 생각하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수경은 장기적으로는 석훈을 어떻게든 내보낼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달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오빠가 그래도 아직 회사에 영향력이 있어. 이런 식으로 계속 무시해버렸다가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그래도 오빠잖아. 지금은 일단 달래자. 믿진 못하겠지만 잘못되면 책임진다고 하니까. 뭐 정말 잘못되더라도 내가 메꾸면 되잖아.’



“음.. 알았어. 일단 저 회사로 하는 걸로 할게.. 책임진다는 말 잊지 마.”



“그래. 알았어.”



자리로 돌아온 수경은 민영과 시공사 대표에게 말한다.



“양상무 님께서 워낙 강하게 말씀하셔서.. 일단 대표님 회사랑 하기로 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민영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진다. 정말 저 회사랑 하겠다구?



“하지만 대표님..”



“소장님, 일단 지금은 제 말대로 해주세요. 이따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 대표님, 정말 이 견적에 가능하시겠어요?”



“그럼요. 사실 좀 넉넉하게 쓴 겁니다. 저희가 큰 현장 많이 돌려서 자재를 싸게 들여올 수 있거든요. 그런 게 저희 회사 장점이죠.”



“설 소장님이랑 얘기해봤지만 견적서가 좀 허술한 것 같아서요. 항목도 빠진 게 많고..”



민영이 끼어들어서 말한다.



“예,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대충 쓰신 것들이 좀 있더라구요. 제가 지정한 스펙(제품 사양을 말한다)대로 다 해주시는 거 맞나요? 도면 제대로 보셨죠?”



“에이, 뭐 그런 자잘 자잘한 것까지 따지고 그러십니까. 다 해드리죠. 저희가 워낙 바빠서 견적을 자세히 못 내긴 했습니다. 도면대로 다 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김 대표의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그냥 버릇처럼 하는 말 같았다.



“오늘 당장 계약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계약서 따로 작성해서 보내주세요. 제가 검토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 회의는 이 정도로 끝내도록 하죠.”



수경은 민영을 따로 카페로 불러내서 대화를 나눴다.



대표님, 전 저 시공사 정말 아닌 것 같아요. 말하는 태도도 그렇고.. 믿기가 힘들어요.”



“사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오빠가 워낙 강하게 말해서 마지못해 승낙한 거예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회사 일이 엮여 있어서 오빠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기가 곤란하거든요.”



“....”



“오빠가 공사가 맘에 안 들거나 잘못되면 책임진다고 하는데.. 오빠 말을 백 프로 믿는 건 아니에요. 전 여차하면 제 돈을 더 들여서라도 시공사를 교체할 생각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오빠 입장을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고. 소장님도 감리 나가시면서 맘에 안 드는 부분 있으면 바로바로 말씀해주세요. 저한테도 즉시 알려주시구요. ”



“예.. 알겠습니다.”



“제 입장 때문에 시공사 선정이 이렇게 돼서 미안해요. 지금은 어쩔 수가 없네요. ”



“아뇨.. 괜찮습니다, 대표님. 저 회사도 규모도 있고 건실해 보이긴 했어요. 잘 관리하면 작은 주택 정도는 잘 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영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

blog.naver.com/ratm8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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