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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Mar 14. 2021

평당 공사비에 대해서



건축주 여러분은 보통 건물 공사비가 얼마나 나올지 궁금해 하십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정말 당연한 것입니다. 건축주 분들이 가지고 계신, 혹은 대출까지 포함해서 생각하고 계신 예산 범위 안에 공사비가 들어와야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니까요. 하지만 설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공사비가 얼마에 산출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적용하는 자재의 수준이나 지하를 시공하는지의 여부, 주변 상황에 따라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계사무소가 전문적인 내역 사무실이 아닌 이상, 그때 그때 정확하게 물량을 산출해서 공사비를 계산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보통 실시설계가 완성되고 난 이후에 전문적인 내역사무실에 맡겨서 물량과 대략 공사비를 파악해서 시공사의 입찰을 받게 됩니다. 이 내역 계산을 생략하고 바로 시공사에 물량 산출과 공사비 견적을 부탁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무래도 객관적인 기준을 잡기 위해선 내역 사무실을 거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만큼의 용역비와 시간이 드는 것은 감수해야 해야 합니다.


공사비 산정이 어렵다보니, ‘평당 공사비’라는 개념이 자주 쓰입니다. 건물의 면적 당 대략 얼마의 공사비가 들어간다는 것을 기준삼아 전체 공사비를 가늠해보는 것입니다. 지금은 쓰지 말라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면적 기준으로 통용되었던 ‘평’에 들어가는 공사비를 가늠하는 것이 업계의 오랜 관행처럼 굳어졌습니다.


보통 평당 600만원 정도면 건축가가 디자인한, 괜찮은 집을 지을 만한 공사비라고 말합니다. 평당 500만원이면 주변에서 보는 소위 집장사라고 부르는 분들이 짓는 집을 지을 만 하다고 말하고, 그 이하가 된다면 뭔가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은 공사비라고 생각합니다. 800만원 이상이면 고급 건물에 속하고, 1000만원 이상이 되면 정말 좋은 자재를 쓴, 최상급 건물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 정도 기준을 가지고 공사비의 수준을 가늠하곤 합니다.


많은 건축가분들 혹은 건축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평당 공사비의 함정’이라는 식으로 평당 공사비를 너무 신뢰하지 마라, 맹신하지 말라는 식의 글을 쓰시곤 합니다. 그런 글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같은 면적의 건물이라도 벽의 길이가 다르고 높이가 다르고, 건물의 형태가 다르다. 거기에 들어가는 자재나 주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공사비는 천차만별이다. 평당 공사비를 믿지 마라!’라는 것이죠.


하지만 제가 평소에 항상 생각하는 의문은 이것입니다. ‘그럼 평당 공사비를 대체할 수 있는, 공사비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있나?’라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실상 없다’입니다. 설계라는 것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말 생물처럼 이렇게도 변하고, 저렇게도 변하는데 그 때마다 물량을 산출해서 공사비를 가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때, 면적으로 대략 가늠하는 방식이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최신의 BIM 기술을 설계에 적용하면 물량 산출이 쉽기 때문에, 이것을 자재의 단가와 연결시켜 공사비를 바로 산출할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실제로 BIM을 적용하는 대형 설계사무소나 시공사에서 이런 기술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 BIM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소규모 건축시장에서, 현재까지는 이런 방식이 그다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이 될까요? 위에서 제시된 평당 공사비 기준에, 변수가 될 만한 것들을 최대한 플러스 알파로 고려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지하 흙막이 공사, 스프링클러 공사, 파일공사, 기존 건물의 철거 공사 등의 비용은 평당 공사비와 아예 따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평당 공사비 X 면적 + 기타공사비 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기타공사비들 역시 얼마가 나올지 가늠하긴 어렵죠. 하지만 설계하시는 건축가분들과 충분히 협의해보시면 대략적인 기준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공사라는 것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돈이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철거비, 가스 상수도 전기 등 각종 인입비, 측량비,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취득세 등 각종 세금, 민원 해결을 위한 비용 등등.. 사실 건물을 짓기 위해 총 합계 얼마가 들어갈지 가늠하는 것은 전문가라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전체 예산에서 5% 정도는 예비비로 가지고 진행하시라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공사가 제시하는 공사비 기준은 매년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인건비 상승, 자재가격 상승, 종합건설사의 공사 참여 의무화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저희도 매번 공사비 견적을 받을 때 마다 너무 많이 올라가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저희도 견적이 나올 때 마다 건축주 분들게 마냥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축은 결국 ‘욕망’과의 싸움입니다. 건축주들은 보통 예산은 최소화하면서 최대한의 면적에 좋은 건물을 짓길 바랍니다. 이것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되는 욕구죠.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가성비를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겠죠. 돈을 많이 주면 잘 지어줄 시공사는 정말 많습니다. 적은 돈으로 잘 해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시공사의 희생을 담보로 해야 하는데, 회사의 성장을 위해 초반의 아주 짧은 시기에나 이렇게 하지 거의 모든 시공사가 이윤을 포기하면서까지 공사를 하진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사비를 위한 이상적인 대안이라면, 우선 설계단계에서부터 공사비로 책정된 금액을 건축가와 솔직하게 공유하고, 규모와 자재 수준을 계속 조율해가면서 설계를 진행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평당 공사비를 기준으로 생각하되 지하 흙막이 공사비, 스프링클러, 철거비 등의 기타 금액을 충분히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5% 정도의 예비비 책정, 내역 사무소를 통한 물량, 공사비 산출 과정을 거친다면 더욱 안정적이고 투명한 집짓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 글이 공사비 산정 때문에 고민하시는 건축주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선동 건축사라고 합니다. 건축 문의, 상담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아래 연락처로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

www.openstudioarch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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