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만약 먼 훗날,
내가 결혼하게 되어서 결혼식을 올린다면
난 아빠 손을 잡고 입장하지 않을거야
서운하다면 정말 미안해. 그런데 너무 이상하거든.
사촌오빠 결혼식에서, 새언니와 언니네 아버지가 함께 입장하고 짧은 행진 끝에 오빠와 만났지.
그때 언니네 아버지는 언니를 넘겨주기 싫다는 듯 잠시 손을 놓지 않았어.
하객들은 웃었지.
하지만 난 웃지 못했어.
아버지가 '넘겨주는' 걸 결정하는 사람인 것처럼 여겨지는 게 너무 싫었어
결국 그 장면에서 여자는 혼자 설 수 없고 아버지에 속한 존재였다가 이제 남편에 속한 존재라는 것처럼 느껴졌어
가장의 보호라는 명목 아래...
거기서 언니의 주체적인 의사는 어디에 있어?
왜 오빠는 혼자 당당히 입장했지?
아빠 언젠가 먼 훗날,
내가 혼자 성큼성큼 걸어가는 걸 앞에서 지켜봐줘
그리고 부디 자랑스럽게 여겨줘.
내 주체성을, 독립심을 열렬히 응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