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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Sep 21. 2023

왜 병 탓을 하면 안돼요?

마음이 아무는 이야기 -상담기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선생님, 생각해봤는데, 병 탓을 하는게 왜 안돼요?

저의 성격적 특성 때문에 자꾸만 문제가 일어나잖아요 관계에서. 이건 저의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닌거잖아요. 선생님은 제가 경계선이라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생기기 때문에 그 병으로 진단받는다고 했죠? 하지만, 계속 병의 증상이 나타나고 그것 때문에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병 탓을 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요? 신체적 질환은 사람들이 병 탓을 하고 이해를 받고 배려를 받아요. 아파서 그랬구나.. 하고요. 그런데 정신질환? 더구나 성격장애? 아무도 아프구나 라고 생각해주지 않아요. 성격장애는 그냥 본인 성격이 그런건데 하면서 성격탓을 하고 사람들은 넌 참 성격이 나쁘구나 하고 말아요. 살아남고자 나를 지키고자 탄생한 성격이 이것인데, 저는 사람들과 관계도 못하고 욕을 먹어야만 해요. 왜 정신적 질환은 탓하면 안돼는거에요??  



    

<상담실에서의 대화 –녹취>      


발걸음: 저는 병의 증상이랑 나를 분리하는 법을 모르겠더라고요.  

    

상담자: 안고 가야되는 부분 아닐까요?    

  

발걸음: 안고 가야된다?     

 

상담자: 그 생각에 너무 집중을 하게 되면 결국은 걸음씨가 스스로 갖고 있는 그 부분에 대한비난? 정서적 학대? 너는 그걸 갖고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를 수없이 계속 반복을 하고 계실거니까.  

    

발걸음: 내 스스로한테?      


상담자: 걸음씨는 지금 그것 때문에 그래, 내가 이렇게 된 거 다 그것 때문이야. 그것 때문이야. 하면 결국은 최종적으로 그걸 갖고 있는 나한테 하는 소리인 거잖아요.      


발걸음: 아... 어쩌면 이게... 다른방식의 자기비난이 될 수도 있겠네요?      


상담자: 네 결국은 내가 병신이네.. 라는 말로 끝나는 것 같아요

      

발걸음: 네 맞아요      


상담자: 그래서 그 말을 듣다 듣다 보니, 어 이거 난데? 난데? 결국 그것도 난데? 그럼 경계선을 누가 만들었어? 내가 만들었네? 나 때문이네 결국은? 이렇게 무한반복이 될 것 같아서.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런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데, 끝까지 최종적인 것까지 다 오로지 그것 때문이야, 그것 때문이야- 로 끝났을 경우는 너무.. 너무 슬픈일 같아요 저는.    

  

발걸음: 하아......      


상담자: 그걸 계속 반복적으로 듣고 나중에 지켜볼 걸음씨까지 생각해보면, 너무 씁쓸할 거 같아요. 일차적으로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지극히 정상이니까 하는게 맞고. 다짜고짜 병 탓을 안하고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전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문제가 생기면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단점 때문인가? 라고 생각하고 시작하잖아요 다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에휴 그것때문은 아니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 하고 시선을 조금만 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정도. 병 탓을 하는게 나쁘다 라고 말할 수는 없고. 꽤나 많은 부분 병 때문인거 맞죠. 맞는데, 매몰되지 말자 뭐 이런느낌이에요. 자기비난보다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발걸음: 근데 그 병 탓을 하는 것 마저 없애버리면 내가 나를 비난하게 되더라고요.     


상담자: 병 탓과 내 탓을 왔다갔다 하기만 한다면, 결국 나를 힘들게 하는 그 대상이 잊혀져요. 저 사람 때문에 생긴 일도 나 아니면 병 탓, 나 아니면 병 탓 이니까요. 걸음씨 주변에서 생기는 일들이 다 걸음씨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 아니에요.      


발걸음: 잘 모르겠어요. 최근에 경험한 많은 일들이 다 제 탓인 것 같아요.    
  

상담자: 걸음씨 탓을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병 탓이 낫긴 해요. 근데 하다 보면, 정신을 차려보면, 그게 나니까. 어차피 돌아올 예정이라. 신랄하게 욕을 해놨는데 알고 보니 그게 나더라. 나는 뭐하던 짓이지? 하면서 두 배로 다가오니까. 가족 욕하는거랑 비슷해요. 욕하고 났더니 아 이사람도 내 가족인데. 하면서 씁쓸해지겠죠.      

발걸음: 그럼 저는 내 탓 아니면 병 탓을 반복하고 있는데.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되는 거에요?  

    

상담자: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람이 아팠다가 건강해지는 과정들을 대충 생각해 봤을때는, 내 탓 다음엔 보통 니 탓이 되는 것 같아요.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의 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지나가다 보면, 결국은 아 니 탓일때도 있고 내 탓일 때도 있구나로 오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자존감이 회복되면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이제 원망할 사람을 찾죠. 내가 소중해지기 시작하는 순간, 이 소중한 나를 건드린 그 인간들이 생각나면서 미칠 것 같은 거고. 다 엎어버리고싶고. 복수하고 싶고. 그래서 복수심 같은 경우에는 나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 저는 괜찮아 지는 과정 중에 있는것이라 생각해요. 걸음씨는 반반 왔다갔다 하는 중인 것 같고 지금. 어쩔땐 나를 미친듯이. 어쩔땐 저 사람을 미친듯이. 혼합되어 있다는 것은 좋진 않지만,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나아지는 그 어딘가에 있다는 거고. 굳이 따지자면 내 탓보다 남 탓이 더 낫다고 생각은 해요 저는. 근데 그 과정도 빨리 벗어나지면 좋겠고.      

     

발걸음: 그럼 나중에는.. 누구의 탓도 하지 않게 되나요?      


상담자: 잘못한 사람의 탓을 하겠죠. 탓이라기보다는, 누가 잘못했는지를 알 수 있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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