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한량체질 13화

동떨어진 대낮

어떤 날과 어떤 감정

by 알담

대낮, 다들 현재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혼자서 컴퓨터를 켜서 과거의 사진을 보았다. 나만 과거에 갇혀 있었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이 사진을 찍었는지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그때의 생각이 나서, 그리워서 너무 괴로운데 해가 쨍한 열두시 사십분에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순간 속 박제된 내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밉기도 했다. 속이 아린데 풀곳이 없었다. 그날, 그 오후, 다들 현재였고, 나만 멈춰있었다.

당장 다른 사진을 봐야 했다. 바로 저번주에 다녀온 여행 사진이 담긴 카메라를 꺼냈다. 어쩐 일인지 실컷 찍고는 한번도 확인하지 않았던 사진. 크게 보려고 심카드를 컴퓨터에 꽂았는데 오류가 나서 시간이 걸렸다. 그 찰나마저 괴로웠다. 컴퓨터 전원이 꺼져 까매진 모니터 표면에 비춰진 지친 얼굴의 나를 봤다. 지난주 여행의 사진에서도 나는 괜찮았다. 생각없이 사진을 넘겨보았다.

이게 나다. 이게 현재의 나다. 과거를 훔쳐봤자 방 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허리가 점점 굽어졌다. 나는 억지로 현실감각을 머릿속에 주입했다. 얼른 지금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급하게 링거를 꽂은 응급환자인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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