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과 어떤 감정
대낮, 다들 현재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혼자서 컴퓨터를 켜서 과거의 사진을 보았다. 나만 과거에 갇혀 있었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이 사진을 찍었는지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그때의 생각이 나서, 그리워서 너무 괴로운데 해가 쨍한 열두시 사십분에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순간 속 박제된 내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밉기도 했다. 속이 아린데 풀곳이 없었다. 그날, 그 오후, 다들 현재였고, 나만 멈춰있었다.
당장 다른 사진을 봐야 했다. 바로 저번주에 다녀온 여행 사진이 담긴 카메라를 꺼냈다. 어쩐 일인지 실컷 찍고는 한번도 확인하지 않았던 사진. 크게 보려고 심카드를 컴퓨터에 꽂았는데 오류가 나서 시간이 걸렸다. 그 찰나마저 괴로웠다. 컴퓨터 전원이 꺼져 까매진 모니터 표면에 비춰진 지친 얼굴의 나를 봤다. 지난주 여행의 사진에서도 나는 괜찮았다. 생각없이 사진을 넘겨보았다.
이게 나다. 이게 현재의 나다. 과거를 훔쳐봤자 방 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허리가 점점 굽어졌다. 나는 억지로 현실감각을 머릿속에 주입했다. 얼른 지금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급하게 링거를 꽂은 응급환자인 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