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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헤매는 당신

나도 누군가의 악마였으니

by 까칠한 펜촉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뭘까?


사람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 안정, 성취와 발전, 네트워킹 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생활 초창기는 경제적 안정(생계유지와 소득 수준의 정도)은 전적으로 학벌과 학력 등 개인 능력에 달려있고 네트워킹의 경우도 본인 성향에 따름이어서 성취와 발전과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경력을 더해 갈수록 학력과 학벌만큼이나 회사 간판과 내가 담당했던 업무의 경험 또한 중요해짐을 이직 시에 뚜렷이 알게 된다.


좋은 회사를 다니경험만큼 좋은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해 본 경력이 많은 사람이 결국, 새로운 디딤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만약, 나와 함께 일하는 리더, 혹은 동료들의 무능함으로 나의 업무가 혹은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것은 어떤 면에서 개인에게 엄청난 손해와 손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얼마 든 빈번하게 발생된다.



나쁜 리더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를 만든다.


피터 드러커의 5가지 경영원칙이 있다.

우리의 사명은 무엇인가?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 경영의 5원칙은 리더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직장인들이 업무를 대할 때 삼아야 할 공통적인 원칙이다. 통상, 업무 지시를 받으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가장 먼저 질문하는 것은 ‘왜(Why)’이다. 왜(Why)라는 질문 후의 답변이 바로 이 업무의 목적이고 이 목적을 이해해야 사명(Mission, Goal, Objective)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종 이 왜(Why)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해 주지 않는 사람이 있고, 나의 지시에 왜(Why)라고 묻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 글을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디선가, 누군가(Customer)에 무슨 일(Problem)이 생기면, 그 일을 해결(Solution, Service) 해 주고 약속한 대가(Price)를 받는 것’, 이것이 사업의 근본이면서 동시에 모든 업무의 본질이기도 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한 후에 대가를 받는 것이다. 대가를 받으려면 필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전 직장에서 Noh.찌롱 이란 별명을 가진 리더가 있었다. 그는 회사의 선배였고, 소위 대한민국 초엘리트 중 하나였다. 과기고를 2년 만에 졸업 한,.. 그다음에 이어지는 스토리는 항상 카이스트. 그 역시 그랬다.


어느 날 여러 부서의 부서장과 실무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서로의 얘기만 하다 보니 회의의 목적은 뭐였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야 할지 금세 헤매게 됐다. 이러던 차에 한 실장께서 “Noh. 팀장 불러와.”라고 지시를 했다. 그 선배가 곧 들어왔다. 몇 마디 듣더니 이내 회의의 가닥을 잡았다. 회의의 맥락을 잡은 후에 각자의 문제와 사정을 정리하고, 다이어그램과 미려한 단어들을 활용해 가며 하나하나 리스트를 삭제해 가기 시작했다. 회의의 끝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 회의 후에도 몇 번 비슷한 상황에서 그 선배를 만났다. 그는 그 회사의 에이스였다.


입사하고 2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우리 신사업 조직은 공중분해 됐다. 더 이상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해 조직을 해체했고, 부서원들은 여러 조직으로 흩어지게 됐다. 나는 상품기획팀으로 발령받았고 상품기획팀의 팀장이 바로 그분 ‘MR. Noh.’였다.


상품 로드맵(PRM)을 만드는 일이 우리의 첫 테스크(Task)였다. 몇 달간 7시 출근, 23시 퇴근이 계속 이어졌다. 아침과 저녁에 팀원 전체가 모여 상품 로드맵을 만들고, 정규 업무 시간에는 각자의 일을 했다.

그분의 특징 중 몇 가지는 책을 참 많이 본다는 것과 책에서 본 것을 반드시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관심 있어하는 이를 골라 그와 관련된 기획서를 그날그날 쓰게 하는 것인데, 답이 있거나, 매니지먼트로 보고할 사항이 아니어서 기획서는 버전이 v0.1로 시작해서, Final, Real Final v0.999 이런 식으로 수십 벌 만들어지지만 대부분은 폐기 처분되었다. 그게 수개월 이어졌다. 우리 팀이 회사의 상품기획팀 인지, MR. Noh.개인의 싱크탱크팀 인지 불만 섞인 얘기들이 터져 나왔다.


이런 과정에 내가 맡았던 지도 플랫폼 사업은 표류를 했다. MR. Noh.의 압박과 짜증은 매일매일 더해 갔다. 내 기획서는 수십 번 업데이트 됐지만 그의 디렉션에는 늘 방향성이 없었다. 방향성뿐만이 아니라 내 업무에 대한 온기와 관심 자체가 없었다.


이러던 어느 날, 부서 회식을 하게 됐다.
내게는 아침에 보고받을 테니 준비하라 하였다. ‘회식을 한다면서?’


다들 회식 장소로 이동을 하는데 나는 갈 수 없었다. “너는 할 일이 남았지?” 하면서 내 어깨를 툭 치고는 팀장은 자리를 떠났다. 욕이 입 안에 맴돌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이런 일은 비단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다.
어느 금요일, 가장 나이가 많았던 차장님이 남자 직원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자신들보다 나이 어린 팀장에 대한 뒷담화를 신나게 까 보자는 거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치 수사자 하나를 어찌할지 모르는 하이에나 몇 마리가 사자 주변에서 얼쩡대면서 치근덕대는 그림이 떠오른다.


나와 몇몇의 동료가 가진 불만은 결국, 일의 효용성이었다.

일의 양은 많은데, 보고에 대한 피드백이 불명확했고, 보고는 했는데, 그 위 상위보고자에게는 오르지 못하는 일아 너무 빈번했다. 매일 야근하는데, 실제로 회사에 남긴 족적이 없다. 성과가 없는 것이다.


이 분을 모시면서 기대했던 게 참 많았다. 이 분이 첫 등장 씬부터 그러했고, 화려한 언변과 늘 사람들을 무시하는 투로 쳐다보는 눈빛도 마음에 들었다.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고 그리고, 이 분과 잘 지내면 홀홀 단신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 했다.


같이 업무를 6개월 정도 해보니 이 분에 대한 장단점이 보였다.

이 사람은 정말 똑똑하다. 지적 탐구력과 깊이 있는 분석력은 정말 탁월하다.

그런데, 실제 기획 업무에 대한 경험은 많지 않다.

90% 이상의 업무는 단순히 이 사람의 지적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업무의 90%를 더 효용성 있기 쓸 여지가 있다.)

리더나 코치보다는 퍼실리테이터에 가깝다.

업무 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

내가 더 잘하는 게 많을 수도 있겠다….


어느 날 회식에서 단 둘이 남은 적이 있었다.
참 많은 대화를 했다.
섭섭했던 얘기를 솔직하게 다 털어놨다.
어이없어하면서도 자신의 얘기도 솔직하게 전해줬다.


자신이 갖고 있는 단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했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상품기획팀에서 맺은 인연을 경영기획팀까지 이어갔는데, 후에 이 형님은 다른 팀으로 전배 되었고, 얼마 후 그 팀은 내가 맡게 되었다.


회사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그분에 비견되는 인재들도 많이 영입된 탓이겠지만,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에 비해 해결하는 결과가 부족한 것이 아마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이 분을 모시면서 인간적으로 교감을 나눈 몇몇을 제외하면 이 분의 이런 특성에 대해 여러 뒷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던 듯싶다.




“이거 왜 하는 거야? 이거 안 하면 안 돼? 그냥 하지 말자, 어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십중팔구는 당황한다. 그나마 당황하는 사람은 분위기를 대충이나마 알아먹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네!”하고 씩씩하게 말하는 이도 있다.

분위기가 좀 어색해지면, 팀장이든 실무자든 누군가 콕 집어 물어본다.

“이거 왜 하는 거 같아? 왜 필요한 거 같아? 왜 보고서에 목적과 배경이 없어?”
그들 대부분은 ‘시켰으니까 했지 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구성원은 이런 경우가 있다.
“일단, 지시하셨으니까 하긴 했는데,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자신 없게 들이민다. 흔히, 보고자가 여지를 두는 행동이다.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업무 지시를 받은 자들은 업무의 방향에 대해서 묻지 않는다. 묻기 싫을 수도 있고, 물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고, ‘당신이 먼저 와서 얘기해 주면 좋잖아?”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어떤 이 혹은 어떤 이들은 업무 지시를 받으면 체크리스트를 써와서 묻는다. 그리고 그 이후에 언제라도 뭔가 클리어하지 않으면 클리어해질 때까지 계속 묻는다.


위에 두 가지 케이스, 묻지 않는 것과 묻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업무의 담당자가 자신만의 업무 원칙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앞서 피터 드러커의 경영의 다섯 가지 원칙을 소개한 이유는 이것이 나의 업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원칙의 핵심을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하면 ‘첫 번째, 모든 일에는 어떤 목적과 목표가 있다. 두 번째는 모든 일은 그 목적과 목표에 맞게 결과되어야 한다.’이다.


앞서 언급한 리더의 경우는 문제는 찾았지만, 이것을 해결할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고, 지금 설명하고 있는 실무자의 경우는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본인의 의지로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두 가지 케이스 모두 결과는 ‘문제해결 되지 않음’이고, 인풋과 프로세싱은 있는데, 늘 아웃풋이 없는 전형이며, 개인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고 팀과 그 이상의 조직에도 해약을 끼치는 태도와 역량이기도 하다.




물론, 나 역시 두 가지 케이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에 따라서는 어떤 케이스에도 나 역시 포함될 수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작은 중소기업에서 임원을 할 때 퇴사하는 직원이 자신의 이력서에 남길 것이 없다는 얘기를 하기에 퇴사하는 직원의 이력서를 대신하여 작성해 준 적이 있다.


남길만한 업무를 주지 못한 리더나 자신의 업무에 대해 목적과 사명감 없이 관성적으로 대하는 실무자도 문제일 것이다. 원초적인 직무 배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식되지만 업무를 태하는 태도와 습관에 따라서도 우리는 언제든 서로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


회사란 조직은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늘 서로에게 좋던, 싫던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장 건전하고 건강한 조직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이 있음을 늘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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