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병실의 창밖으로 보이는 곳은 응급실이었다.
(실제로는 아님)
어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등장했고,
바쁘게 오가는 의료진들 사이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 할아버지야 말로 뒷짐 지고 앞서 걸으면
할머니가 뒤 따라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런 사람이었다.
응급실에 오면서 까만 비닐봉지에 소주 2명 넣어서 오는 것은 덤.
그리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급한데 왜? 아무도 나를 신경 써 주지 않냐고.
난동을 부리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아버지께서 가셨다.
"아들이 여기에 입원해 누워있습니다. 양해를 해주세요."
정중하게 말씀하셨고, 격분한 할아버지는 주먹질을 했다.
온갖 무협 같은 격투 기술이 난무하던 중,
갑자기 할아버지는 쓰러졌고, 온갖 의료진들이 붙어 건너편 방으로 이송되었다.
할머니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의료진들에게
죄송하다며 꼭 살려달라고 했다.
결국 심장 전기충격을 주던 중에 할아버지는 다시 일어났다.
난 박수를 치며 기뻐했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할머니가 들고 있던 까만 비닐봉지에서 소주를 꺼내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다툼이 있었던 아버지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화해를 하셨다.
나를 위해 나서 주셔서 감사한 마음과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 하시는 음주에 대한 생각이 마음을 복잡 미묘하게 하였다.
(평상시에 술을 많이 좋아하셔서 걱정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은... 없었던 일이나
고화질 티브이 같던 창문을 통해 지켜보는 나는 꿀잼이었다.
실제로 아버지는 내가 깨어났을 때는 고향에 내려가 계셨다.